•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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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죽했으면 ‘사냥’에다 비유했을까. 귀족들이 즐기던 사냥이야 길들인 사냥개를 풀어 기껏 토끼나 여우 같은 들짐승을 노리는 것이 고작이었다지만, 16, 17세기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유럽의 엘리트들이 즐긴 사냥은, 사냥개 대신 지성과 학문체계를 풀어 지지리도 못사는 무지몽매한 시골 여인들을 몰아서 화형대에 올려놓았다니.       
16, 17세기의 유럽은 르네상스, 종교개혁, 그리고 과학혁명이 근대의 새벽을 이끌어오는 시기. 바로 그런 시기에 어떻게 참혹하고 무지하기 그지없는 마녀사냥이 판을 칠 수 있었을까. 여러 학자들이 말하는 결론을 빌리자면, 그것은 교황과 수도자 그리고 프로테스탄트 개혁주의자, 또 대항 종교개혁을 외치는 가톨릭의 성자와 신학자, 법률인 의사와 같은 당시를 대표하는 엘리트들이 서로 어울려서 “마녀”를 만들어냈다는데...
16, 17세기는 유럽이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거대한 사회변동과 지적변동을 경험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시기였기에, 이념들이 서로 다투는 가운데, 그 다툼의 희생양이 된 것이 소위 ‘마녀’였다는 설명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예부터 내려오는 몽매한 미신이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함부로 저주하는가 하면, 영과 대화를 한다며 우쭐대고, 공감 주술을 구사해서 풍작을 기원하곤 했다. 또 병이 낫기를 기도하는 노릇이 예사로웠던 분위기에서, 그런 일을 전업으로 하는 늙은 여인들이 여기저기서 판을 벌이고 있었다.  
교회와 국왕이 이를 내버려두었던 것은 아니란다. 칼 대제의 칙령이 있었고, 교회의 사교법전(司敎法典)이 발표되기도 했단다. 그러나 이들 권력 측의 태도는 이렇다 할만 한 체계도 세우지 못하고 여기저기 제멋대로의 모습으로 산재해있는 “이교적 미신의 현실성을 부인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기에, 적어도  “마녀”를 생산해내지는 않았다나.
중세 말이 되면서 교회가 완전히 그 태도를 바꾸게 된다. 지금까지는 “있을 수 없는” 정도로 간주해오던 미신의 내실을 실재하는 진실로 인정해버린 것이다. 악마의 하수인인 마녀가 인류를 파멸하기 위해서 벌이고 있는 짓거리로 인정하게 되면서, 그때까지는 나름대로 농촌 일각에서 무질서하게 시행되던 악마의 짓거리를 학술적으로 체계화해 줌으로서, 오히려 마녀의 모습과 윤곽을 뚜렷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라나. 악마학을 체계화함으로써 대규모적인 마녀사냥을 정당화하고자 했던 당시 지식인들의 의도가 현실화된 것이라지 뭔가.  
이렇게 교회가 방향전환을 함으로써 악의 힘이 자생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교회는 그 존재의 보증인인 동시에 숙청자가 된 것이란다. 그것은 교회의 권력  기반을 튼실하게 굳히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이기도 했고.   
상 중류층의 엘리트들은, 종교적 대립으로 말미암아 중세적인 안정된 영적 질서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무너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생겨난 사회적 불안을, 악마와 악마의 왕국이 힘을 늘리고 있는 탓으로 돌리려 했단다.   
가톨릭이나 프로테스탄트 할 것 없이 적대적인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해서 판도를 넓히려는 경쟁은 지금까지 그 땅에서 나름대로 신앙의 터전을 다져 오던 장본인들은 아웃사이더로 내몰았고...
중세의 도미니크회 못지않게 프로테스탄트 복음주의자도 각지에 체계적인 이단 심문의 신화학을 들고 가서는 농촌에 스며있던 갖가지 색깔의 미신들을 악의 원리가 통괄하는 체계적인 것으로 드러내는 일에 힘을 보탰다.   
공동체가 해체되어 위기의식에 내몰리게 된 농촌에서는 상호부조의 정신이 사라진다. 가난한 자는 가진 자를 미워하고 부자는 가난한 자를 저주하고... 재액(災厄)이 일어나면 희생양을 찾아내어서는 “마녀”라는 라벨을 붙여주었다. 그녀들은, 지난날 공동체 의식이 건전했을 시절이라면, 자선의 대상이 되었음직한 가난한 여성들이었다는데. 인쇄술의 발달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데 큰 몫을 했다고도 하니...  
에덴에서도 수요가 있었다는 희생양이 아주 사라지기야 할까마는 새 단장을 하고 나선 신판 마녀사냥이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요즘, 병 주고 약 준다 했던가, “인터넷 기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부작용을 일으키며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는 애플의 CEO 팀 쿡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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