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난적
2014-05-14 17:35 l 교회연합기자 epnnews@empal.com

사문난적


◇사문난적(斯文亂賊)이란 유교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이다. ‘사문’은 유교의 가르침을 뜻한다. 조선은 공자의 유학(儒學)을 건국이념으로 삼은 사회였다. 따라서 유교를 사회적 가치관으로 삼은 조선시대에는 사문난적으로 몰리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 집권층이었던 노론(老論) 계열에서 정적인 남인(南人)과 소론(少論) 계열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기 위한 명분으로 쓰였다. 조선 후기 정국을 주도하게 된 노론 계열은 주자성리학을 통치기반으로 삼아 주자학 이외의 다른 학문은 철저히 배척했다. 이들과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던 남인이나 소론은 같은 유교의 경전이라도 주자와는 다른 해석을 따랐기에 사문난적으로 몰려 탄압받았다. 즉 노론 계열에서 볼 때 소론 계열은 모두 이단이었던 것이다. 이 성리학의 사문난적은 외래문물의 유입을 막는 위정척사(衛正斥邪)로 발전해 조선사회를 은둔의 나라로 만들어 갔다.
◇기독교 역사에도 이런 예가 오래동안 지속되었다.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가 그 대표적인 예다. 로마교회는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교권주의 성경해석을 뒷받침하는 스콜라신학이라는 학문 체계를 갖추고 이와 다른 신학적 해석은 모두 배척되었다. 평신도도 설교할 수 있고, 성경을 연구할 수 있으며, 교회는 추기경이나 교황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모두가 이단이었다. 이로인해 종교재판소가 설립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단으로 몰려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역사는 이 시대를 ‘암흑시대’라 한다. 그런데 로마교회가 이단으로 매도한 이들의 주장은 16세기 종교개혁파에 와서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이단으로 몰렸던 그들이 오히려 정통(Orthodoxy)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의 전통을 이었다면서도 그 행위는 사문난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로교 정치 원리는 두 가지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는 양심의 자유이고, 둘째는 교회의 자유이다. 교회의 자유는 “개인에게 양심의 자유가 있는 것같이 어떤 교파 또는 어떤 교회든지 교인의 입회 규칙, 세례교인 및 직원의 자격, 교회의 정치 조직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정하신 대로 설정할 자유권이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거룩한 보편적 교회는 죽은 자들(과거)과 살아 있는 자들(현재)과 장차 태어날 자들(미래)을 포함한 예정된 모든 백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교회는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이신 그리스도의 신부이자 그의 몸이며 그의 충만이다.”
◇한국교회 주변에는 삼위일체 교리나 교회론 등이 다르지 않은 데도 이단으로 몰리는 교회들이 있다. 정통파 교회 제도나 운영 형태를 비판한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교주우상주의나 고대 에큐메니칼 교리를 달리 해석하는 집단이 아닌 한 그 교회의 제도나 예배 형식 따위를 문제 삼아 이단이라 할 수는 없다. 거기에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거룩한 성찬이 행해지며, 성도의 교제가 있으면 그것은 곧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이다. 밖으로 드러나는 교회 운영 형태가 다르다고 하여 이단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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