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만섭 목사(화평교회)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결의되어,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 4개월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국정은 마비되고, 야당의 끊임없는 중요 인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도 탄핵소추에서 벗어난 국무총리이며 대통령 권한 대행에 대하여 다시 탄핵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말 국민들은 지긋지긋하고, 우리나라 정치가 이런 정도로 타락하고 후진성을 가졌나 의심할 정도이다.
또 그런 가운데 지난 26일 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나왔는데, 1심에서는 심각한 범죄적 판결을 내린 것에 반하여, 2심에서는 전면적인 ‘무죄’가 나왔다. 1심 판결을 2심에서 뒤집을 확률은 1.7%로 매우 낮다고 한다. 이를 두고 외국인들은 ‘한국을 이해할 수 없는 나라’로 평가한다. 외신 기자가 한국 정치 상황을 보도했더니, 본국 독자가 ‘이게 말이 되느냐 기자가 사실관계도 이해 못하고 기사를 쓴 것 아니냐’며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도 정치인들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를 넘는 것인데, 이를 법원이 용납했다고 평가한다.
이번 판결은 법리(法理)와 논리(論理)와 상식(常識)조차 무너진 것으로, 우리나라는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체제와 진영 싸움에 깊이 빠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럼,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지하고,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가? 입법부도 사법부도 헌법재판소도 언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국민들은 그래도 법관들의 양심을 믿고 기대했는데, 이미 몇 건의 유력 정치인의 재판을 보았고, 헌재에서 탄핵소추안 재판을 보았는데, 법관들은 일사분란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편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무서운 일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양심(良心)을 가진 세력들의 활동과, 법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그리고 약자 편에 서 있어야 마땅한 법관들인데, 그들마저 ‘우리법연구회’니 ‘국제법연구회’니하면서, 법률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하기 어렵다. 물론, 법관 중에는 법적인 양심과 법리를 따라, 약자를 보호하는 법적 해석을, 강자에게는 보다 엄격한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충실한 법관들도 있다고 본다.
자, 그런 가운데 우리 기독교는 어떨까? 대통령 계엄 선포와 탄핵을 당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성명서를 낸 것은 지난해 12월 6일, A신학대 교수 21명이 낸 ‘시국선언문’이 있다. 여기에는 ‘국민의 기본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 ‘국민을 두려움과 혼란에 빠트리는 행위’ ‘평화를 짓밟는 행위’로 규정하여, 국회는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라고 촉구한다. 그래서인가? 지난 3월 7일 ‘00대 정상화를 위한 복음주의 학생연합’이 대통령 탄핵 반대와 학내 좌경화를 우려하는 대자보를 붙이자 3분 만에 학교 직원들이 떼어갔다고 한다. 탄핵은 지지하고 탄핵반대는 인정이 안 되는 구조인가?
그리고 지난해 12월 13일 B신학대학교 64명의 교수들도 ‘시국선언문’을 냈다. 이들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정변’이라고 하고, ‘반헌법적, 반역사적, 반신앙적 폭거’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지지하거나 동조하는 그리스도인이 없기를 바란다’고 하고, 12월 12일 대통령이 계엄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을 ‘궤변이며, 반국가적 선동 행위’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즉각 탄핵 결정을 하라고 촉구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 2월 20일 C교단의 목사, 장로 1,650명은 자기 교단의 ‘000 목사를 징계하라’는 성명서를 낸다. 000 목사는 ‘예배 강단을 정치 선동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4월 중 봄 정기 노회에서 000 목사에 대한 ‘징계 헌의안’이 상정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000 목사에 대한 것은 지난 2월 16일 부산교회개혁연대측이 징계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나온 뒤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독교는 참된 의(義)를 알고 있는가? 편향적, 선택적, 폐쇄적, 일방통행식의(義)를 주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누구에게는 엄격하게 의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다른 쪽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처음에는 국민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할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하여 깊이 있게 경청하고 고려해 보았는가?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고, 거대한 정치 권력에 의하여 떠밀려 가는 방향이 맞기는 한 것인가?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호’는 안전한가?
한국교회언론회가 지난 2월 26일 여론조사 기관을 통하여 ‘탄핵정국 속 국민들의 심리’를 조사하였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사회에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4.1%가 ‘그렇다’고 답했다. 갈등 상황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도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해서는 79.2%가 ‘그렇다’고 하였다.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우리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독교 지도자들이 일방적, 선동적, 선결적 선언을 하면서, 다른 의견은 무시하는 태도는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의 기준’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따르는 기독교가 한쪽 눈을 감고, 정치적, 이념적, 정파적, 비양심적 논리에 파묻힌다는 것이 과연 ‘의’가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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