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만섭 목사(화평교회)
최근에 프로야구에서 한화이글스가 12연승을 달리며, 리그 1위까지 올라갔다.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리그에서 꼴찌를 면하지 못하던 한화가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달리며, 지지 않고 이기는 야구를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흥분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수년 사이에 한화는 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팀이었다. 그래서 경기에서 져도 한화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고, 이기면 잘했다고 칭찬을 하였다. 정말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팀보다도 응원전에 있어서는 수위(首位)를 차지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하위권에서 맴도는 이 팀을 좋아하겠는가? 야구는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민이나 지역 출신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한화 팬들은 한화의 잘하는 경기를 간절하게 기다렸을 것이다. 한화가 12연승을 기록한 것이 지난 1992년 이후 무려 33년 만의 일이라고 하니, 한화 팬들은 얼마나 한화의 연승(連勝)하는 것을 보고 기뻤겠는가?
어떻게 꼴찌하던 팀이 한달 사이에 승리를 쓸어 담으며, 전체 10팀 가운데 1위를 할 수 있었는가? 한화가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뭔가? 한 마디로 지지 않는 야구를 하기로 작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찌 되었든 꼴찌팀 한화가 1등을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야구가 저런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국민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는 어떤가? 미안하지만 등위(等位)로 따진다면 최하위와 같지 않은가? 왜 그럼 일개 스포츠 분야는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데, 정치는 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까? 나름대로 야구와 정치를 비교해 보았다.
첫째, 실력의 문제이다. 야구는 실력을 겨루는 경기이다. 실력이 안 되면 당연히 상대편에게 질 수밖에 없다. 몰론 스포츠에서도 감독의 용인술(用人術)이 있고, 대진운도 있고, 선수들이 부상이 없어, 가용할 인적 자원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실력이다. 한화에는 선발 투수진이 강하다고 한다. 야구는 9회까지 공격과 수비를 하는데, 그때 선발 투수가 7회(7이닝)까지 자책점 3점 이하로 막아주는 것을, 퀄리스스타트플러스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한화는 리그팀들 가운데 1위이다. 또 상대편 선수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탈 3진을 뺏는 평균이 게임당 9.43개로 전체 1위라고 한다. 여기에 타자들의 활약이 있기에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국가를 위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주변 강대국들에게 지지 않는 정치를 하고 있나?
둘째, 룰(규정)을 따라야 한다. 아무리 실력 있고 뛰어난 선수라도 야구의 규정을 어기면 탈락이다. 이를테면 스트라이크 세 개를 판정받은 선수가 아니라고 우기며, 경기를 방해하고, 이를 판정한 심판을 폭행하고 거부하면 안 된다. 만약 경기장에 이런 선수가 있다면, 그는 선수 생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면, 선수 위치에 있어야 할 사람이 감독과 코치와 심판을 무시하고, 심판의 적법한 판정에 대해서도 협박하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니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낸다. 자신들이 힘이 있다고 규정을 안 지키는데, 국민들이 이것을 따르고 용납하겠는가?
셋째, 지는 것도 경기이다. 사람들은 이기는 것만 경기로 보지 않는다. 비록 한 때는 경기를 하기만 하면 지던 팀이 어느 날 지지 않고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은, 그 동안 지는 경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신인들을 영입하고, 그들의 실력이 자랄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어느 팀에나 쇠락(衰落)이 있다. 그때는 질 수밖에 없다. 지는 팀들이 있어, 이기는 팀들이 빛이 나는 것이다. 그럼 진 팀은 새롭게 팀을 정비하고 가다듬어 이기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면,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지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마련해야 하는데, 당장 이기는 것만 바라보고 꼼수도 서슴지 않는다고 본다. 국가의 정체성도 지키지 못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국민들을 위하여 정치를 한다는 것이 가당한 것인가?
야구와 정치가 직접적인 연관은 없겠지만, 이기고 지는 것의 원리는 비슷하다고 본다. 오직 이기기 위하여 반칙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기를 취한다면, 그것은 관중이며,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이다. 국민들은 지더라도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사람은 응원하지만, 완력과 거짓과 권모술수로 국민들을 지배하려는 지도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실력과 누구보다도 먼저 준법을 하고, 지는 것에 자기 통찰과 이기는 것에 겸손한 지도자를 원한다. 야구 경기는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여 관중들의 즐거움을 더하지만, 정치 지도자는 지는 일을 하면서도 계속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매우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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