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사회는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이념간 첨예한 갈등을 안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불안하고 불행감을 느낀다. 특히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과 촛불집회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끝내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간 정치적 이념 대립은 그 도를 서로를 저주하는 수준이다. 진보는 보수를 향해 ‘궤멸’시키고, 보수는 진보를 향해 ‘친북좌빨 타도 대상’이라고 비난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우리사회 전반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데는 그 능력이 미흡하다. 그러므로 여기에 종교의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사회는 종교인구가 전체 인구의 60%를 넘는다. 그 중에 다수가 클래식 종교에 속한 신도들이다. 따라서 정치가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종교가 조정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종교계는 그런 능력을 발휘하기는 커녕 자기 스스로 정치권 아래에 있는 것처럼 처신한다. 이는 정치적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굳어진 오래된 종교계의 관행이다. 이제는 척결되어야 할 우리사회의 또 하나의 ‘적폐’이다.
헌법상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다고 하여 ‘정치는 정치이고, 종교는 종교이다’라는 생각은 틀린 것이다. 종교가 정치 아래 있거나, 정치에 종교가 간여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고, 이 둘이 서로 필요할 때 사회발전을 위해 조언하고 대화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정치도, 종교도 자유민주주의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데 있다.
우리는 흔히 독일사회의 성공적 통합을 말한다. 독일은 루터파 교회가 중심이 된 사회이지만, 여기에는 개혁교회도 있고, 자유교회도 있고, 천주교회도 있다. 그리고 종교계는 기독교협의회와 같은 ‘예카테’라는 연합단체를 중심으로 정치권에 조언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정치권 인사들이 연중 일회용 행사로 종교단체를 찾거나, 청와대로 종교계 대표자들을 초청해 대통령과 식사자리를 한번 갖는 것으로 정치권이 종교계와 대화했다고 여긴다. 이런 식의 대화로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정치권이 종교계를 사회적 갈등의 대화창구로 여겨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가 종교의 우위에 있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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