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1월 어느 날 아침 위스콘신주 북부의 슈페리어호 남쪽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 났던 일이다. 해마다 호수 얼음 위에서 열리는 개썰매 경기가 시작됐다. 1마일 거리의 코스는 작은 전나무들을 꽂아 마련됐다. 호수 옆에 있는 언덕은 높아서 그 위에 서면 코스 전체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은 청소년들의 경기였다. 참가팀은 여러 마리의 개가 끄는 커다란 썰매를 탄 덩치 큰 청소년들부터 달랑 작은 개 한마리가 끄는 자그만한 썰매를 가진 여섯 살짜리 어린이까지 다양했다. 출발신호가 울리자마자 모두들 앞다투어 달려 나갔지만 그 꼬마는 눈에 띄게 뒤쳐졌다. 시간이 갈수록 다른 팀과 너무 멀리 떨어져 혼자 달리는 듯했다. 한편 나머지 팀들은 코스를 반쯤 지날 때까지 잘 달렸다. 그런데 2위로 달리던 팀이 선두를 추월하려고 다가가자 밀착된 양 팀의 개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각 팀들이 도착하면서 다른 팀의 개들도 싸움에 휘말렸다. 아무도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고 곧 경기는 난장판이 되었다. 개들은 서로 물어뜯고 짖어대며 나뒹굴었고 썰매와 선수들도 서로 뒤범벅이 되었다. 선수들은 그 난장판 가운데서 개들을 떼어 놓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소년들은 알래스카 특유의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고 호각을 불며 있는 힘껏 말렸다. 그 광경은 말 그대로 선수들과 썰매와 개들의 소용돌이였다. 그때 작은 개가 끄는 썰매를 탄 어린이가 그들을 스쳐가는 것이 보였다. 어린이는 가볍게 개를 몰아 그 난장판을 지나갔다. 아무도 못한 일을 한 어린이가 해낸 것이다. 기자가 어떻게 했느냐고 묻자 어린이는 이렇게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냥 계속해서 달렸어요. 또 개가 싸우지 않게 잘 달랬어요.’ 그렇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에 몇 시간 안에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시간이 조금 늦었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 승패는 경기 후반에 결정되므로 마라톤 선수처럼 열심히 뒤쫓아가면 된다. 체력을 비축해두면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다. 처음부터 체념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쁘다. 아무것도 안 하면 인생을 사는 이유도 없어 질 것이다. ‘인생’이라는 경주에 참가한 이상 포기하는 것보다 힘들어도 앞을 보고 달리는 것이 훨씬 더 즐겁다. 그런데 삶의 절반에 도달하게 되면 ‘이제 나도 한 물 갔구나’ 하고 마치 인생을 다 산 것처럼 낙담한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에 이른 현실에 실망하기 보다는 이제부터가 승부를 띄울 시기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KBS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은 많은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있다. 야생 동물들의 생태를 다른 이 프로그램에서는 동물들이 사냥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필자도 언젠가 육식동물에게 쫓기는 초식동물이 엄청난 속도로 도망가는 장면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이처럼 연약한 초식 동물이 사자나 표범의 추격을 따돌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발이 느린 초식동물은 없다. 하긴 발이 느리면 벌써 멸종되었을 것이다. ‘누’ 라는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일어서서 달리기 시작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떤 목표가 설정되면 주위의 사정을 보지 말고 계속 달려가는 것이다. 그것이 승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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