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나 개인의 기도가 아닌 그분이 원하는 기도를 하게 해 달라고. 그분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그분 자녀들의 행복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들에게 죄의 굴레를 씌우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분이 아니다. 오히려 그 자녀가 죄의 사슬에서 벗어나 의인이라 칭함 받고 구원의 길로 나아가게 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그 자녀가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고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기 위하여 성령이 우리에게 오셨다. 성령은 먼 별나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 이 자리에 계신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성령이 우리와 동행하심을 믿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나의 생활이 온전히 주님 뜻대로 되기를 원합니다. 나의 자녀와 형제들을 온전히 주님 뜻대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그렇다. 그분이 원하시는 것은 그 자녀의 행복이고, 구원이다. 그러므로 성직자들이여. 하나님의 자녀들을 너무 죄의 굴레에 가두지 말라. 성령이 죄를 물리치고 그 자녀가 영적으로 승리하도록 인도하심을 믿게 하라. 그리하여 이 시간 야베스가 주님께 드렸던 기도를 생각하여 본다.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이르되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야베스> 4:10). 여기서 “나의 지역을 넓히”신다는 것은 개인의 한계를 넘어 하나님이 원하시는 시선을 가지는 것을 포함하리라.
인간은 누구나 죄의 허물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 자녀의 죄는 주님이 십자가 보혈로 용서하여 주셨다. 죄를 회개하였으면 더 이상 거기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님이 의인이라 칭하셨으니 이제 의인답게 행동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사탄의 유혹이 없을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탄과의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성령이 인도하시기를 기도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정신 역학을 생각하여 보자.
정신 역학은 정신의 여러 구조들에 대한 에너지의 배분과, 구조에서 구조로의 에너지 이동을 문제삼는데, 등량의 원리에 의하면 어떤 정신적 요소에 위임되어 있는 에너지의 양이 감소되면 등량의 에너지가 다른 정신적 요소에 나타난다. 즉 정신에서 에너지가 상실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했을 뿐이다. 실제로 에너지는 몇 개의 요소 사이에 배분된다. 물리학에서 이 원리는 熱力學의 제1법칙, 또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 한다.
개인이 정신적으로 하던 일을 그치면 그 대신에 무엇인가 다른 일을 반드시 하게 된다. 예컨대 어떤 남자 아이가 비행기의 모형, 만화, 순경과 도둑 놀이에 흥미를 잃기 시작하면, 자동차, 소설, 여자 아이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리라 예상하면 된다. 가령 착한 일을 하던 데에 소용되던 에너지가 어떠한 유혹이 오면 자아가 통제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 보자.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창조>, 1919)에는 “기름자(그림자)”라는 단어가 8번 이상 나온다. 작가가 심리학 용어인 “그림자 현상(The Shadow)”이라는 말을 알고 썼든 모르고 썼든 간에, 이 작품에 나오는 “기름자”는 바로 인간 심리에 나타나는 그림자 현상을 매우 잘 형상화한 것이다. 엘리자베트가 남작 집에서 가정교사 생활을 한다. 그녀는 평소에 매우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갑갑한 자기 방에 돌아와서는 무한한 적막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는 “전나체가 되어 드러누웠”다. 한참 자고 있는데 남작이 그녀를 흔들어 깨우며 성관계를 요구한다. 그녀는 부인이 알면 어떡하느냐며 몇 차례 거절하여 보지만, 자신의 이성과는 반대로 몸은 남작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남작의 시선을 피하면서 별한 웃음- 애걸하는 웃음- 거러지의 웃음을 웃으면서 돌아누웠다.”
이는 엘리자베트가 어떠한 유혹이 닥쳤을 때 평소에 자신의 심리에 있는 자리잡고 있던 욕망을 조절하는 단련을 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이다. 엘리자베트가 깨달은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는 재판을 걸어 남작의 성폭행을 문제삼지만, 남작은 재판에서 승소하고 만다. 그녀는 장안에 스캔들로 소문난 것이 창피하고 그 충격으로 아이를 유산하면서 깨달은 것은 자신 안에 내재하여 있던 숨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약한 자였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아가 부정적인 그림자 현상에 넘어가지 않도록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으나, 현대 사회에는 개인의 욕망을 자극하고 유혹하는 요인들이 산재하여 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개인이 사탄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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