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2월 27일, 뉴멕시코 앨버쿼키의 한 맥도널드 드라이브 드루 창구. 79세의 여성 스텔라 리백이 49센트짜리 커피를 구입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에서, 많은 미국인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시작한다.
스텔라가 스티로폼 컵에 담아 나오는 맥커피를 받아 드라이브 드루를 나오자, 운전석의 손녀에게 크림과 설탕을 넣겠다며 차를 멈추게 했다. 허벅지 사이에 컵을 끼워 놓고 뚜껑을 여는 순간 커피가 운동복 바지에 쏟아진 것이다. 엎질러진 뜨거운 커피가 그녀의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사타구니 등 신체의 6%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게 했다. 손녀는 차를 몰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피부이식을 받기 위해 8일간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고, 꼼짝 못하고 집에서 3주간을 지내야만 했다. 또한 피부이식수술을 받아야 했기에, 제대로 치유에 이르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치료비는 1만 1천 달러였다. 치료를 받는 동안 그녀의 딸이 회사에 휴가를 내야 했으며 그녀의 가족들은 높아진 보험료를 내야만 했다. 퇴원한 스텔라는 “맥도날드의 커피가 너무 뜨거웠다”는 사실이 원인이라 주장하면서 치료비와 위자료 2만 달러를 청구했다. 맥도날드 측에서는 “책임은 인정하지 않으나 위로금으로 800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응했다. 그녀의 가족은 변호사를 고용했다. 1986년에 맥도날드 커피로 3도 화상을 입은 여성의 변호를 맡아 2만7천 달러의 배상금을 따낸 경력의 변호사 리드 모건 변호사였다. 사실 그 소송에서 컵을 엎지른 것은 맥도날드 직원이어서 스텔라 사건과는 차이가 없지 않지만, 모건 변호사는 맥도날드에게 그녀의 치료비 10만 달러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금 조로 30만 달러를 요구한다.
모건은 먼저 맥도날드의 품질관리담당자로부터 “맥도날드 커피는 통상 화시 82도에서 88도로 제공하게 되어있다“는 증언을 얻어내어 동업 타사에 비해 맥도날드 커피가 너무 뜨겁다는 사실을 배심원에게 제시했다.
다음으로 고령의 부인이 고통 속에서 피부의식 수술을 받고 1만 1천 달러나 되는 치료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화상에 대해서 맥도날드 측의 태도가 너무 냉담했다는 점과, 고작 8백 달러라는 위자료가 얼마나 부인에게 상처가 되었을까를 배심원들에게 호소하는 작전을 썼다. 원고 측과 피고 측의 주장과 증언을 들은 배심원은 무려 4시간에 걸쳐 심의 한 결과 맥도날드의 책임을 인정하고 자그마치 286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평결을 내렸다.
행동경제학자들은 과거의 판례에서 종업원이 커피 컵을 엎었어도 고객이 2만 7천 5백 달러밖에 배상받지 못했음에도, 스스로 컵을 뒤엎은 스텔라가 그 많은 배상금을 따낸 데에는, 모건 변호사가 과거의 판례는 덮어두고 전혀 다를 “앵커링 효과”를 이용한 결과라고들 풀이하고 있다. “앵커”란 배를 정박시킬 때 붙들어 매는 닻을 일컫는 명사. 소비자는 어떤 수치에 묶여서 의사결정을 하기 쉽다는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 되고 있다. 이를테면 “정가 2만원”이란 표찰 대신 “50% 세일가 1만원”이란 표찰을 내거는 상술과 관계되는 술어이다.
먼저 “맥도날드의 커피가 지나치게 뜨겁다“는 사실이 동업 타사와의 비교에서 입증되는 이상, 맥도날드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어야한다 하고 배심원들을 설득한다.
그렇다면 그 배상액은 얼마여야 할까? 모건 변호사는 “맥도날드의 모든 점포에서의 커피 판매액”을 기준으로 하면 어떻겠느냐 하고 제안했다. 그러니까 뜨거운 커피로 노부인을 손상했으니, 그 커피 매상액의 하루치나 이틀치 정도는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상대가 다국적 대기업이라면 징벌적인 의미를 포함해서 다소 고액이라도 괜찮지 않겠는가. 하는 논법이 배심원들을 움직인 것이다.
전 세계의 맥도날드 영업점의 하루 커피 매상액은 약 135만 달러이니 이틀 치는 270만 달러가 된다. 배심원은 여기에 의료비, 경비 등을 더해 286만 달러를 스텔라에게 지불하도록 평결을 내렸다. 맥도날드가 불복 항소했지만 스텔라가 81세가 된 시점에서 양자가 화해하는데, 금액은 공표되지 않았기에 다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판례를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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