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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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영토를 많이 확장한 왕으로 꼽힌다. 그는 성전을 건축하는 데 사용할 백향목이나 대리석 등 최고급 건축 자재를 그의 재임 시기에 이미 구비해 놓았다. 그러나 다윗을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성전 건축 꿈은 솔로몬왕 때에 가서야 이루어지게 된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역사는 ‘하나님의 때’에 의해서 진행된다고 고증하였다. 최근 들어 황혼 이혼을 하는 부부가 없지 않다. 일본에서는 노년의 여성이 남편의 퇴직 때를 기다려 이혼하고 위자료를 받아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노년을 보낸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년이 되면 남자들의 신세가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 남자가 사는 곳은 요즘 재개발 붐이 한창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건물들 층수가 뚝딱 하고 올라간다. 건물 외벽이 4층이 되었다가 10층이 되었다가 어느새 고층 건물의 뼈대가 완성된다. 버섯이 자라는 모양이 속성 사진으로 찍힌 것처럼, 고층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다가구 주택들의 밀림 사이로 해가 바뀔 때마다 솟아난다. 그 남자는 버섯 모양 솟은 고층 건물과 앉은뱅이처럼 낮은 다가구 주택 사이에서 산다. 그 남자가 산보를 하다 보면 그는 마치 20세기와 21세기 사이를 롤러코스트 타는 기분이 된다. 그 남자의 아파트는 높은 빌딩과 낮은 집들 사이에 있다. 조금 오래 된 아파트 입구부터 중앙 광장에 이르는 길가에는 제법 우람한 측백 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여러 색깔의 영산홍이 정원 울타리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그 남자는 길을 따라 가다가 광장의 400년 된 느티나무를 지난다. 나무 한 쪽은 어린 아이가 들어앉을 만큼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나무도 나이 든 티가 난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도 전철을 타면 경로석을 기웃거릴 만큼 나이가 들었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 젊어 예술가들의 모임에서 새 날개짓 모양의 무용을 하긴 한다. 그건 순전히 그 남자의 마음에서 형성된 주관적인 몸짓이지, 전문적인 예술가의 공연은 아니다. 하기야 예술가의 무대라고 따로 한정된 것은 없다. 그 남자에게도 청춘이 있었고, 장년이 있었다. 그 남자는 신혼 시절을 생각해 낸다.
밥상을 물리고 나면 아내가 예쁜 쟁반 위의 작은 접시에 사과를 내 온다. 예쁘게 벗긴 사과 껍질이 토끼 귀 모양 예쁘다.
“당신도 들지 그래요.”
“난 나중에 들테니 먼저 들어요.”
아내의 말이 매우 공손하다. 그 남자는 신문을 들여다 보면서 포크로 사과를 찍어서 입에 갖다 댄다. 아랫목에 앉은 그 남자의 모습은 제법 의젓하다. 신혼 시절 이후 삼십 년이 지났다. 저녁 식사 후 아내가 소파에 걸터앉으며 말한다.
“여보. 사과 좀 깎아줘요.”
“음? 으응.”
그 남자가 허공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껍질째 먹을 테니까 수세미로 박박 밀어 깨끗이 씻어요.”
그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해 본다.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되었지? 그 남자는 어느 순간 바뀌어 버린 부부의 위상을 헤아려 본다. 그때가 아마 아내의 폐경기가 지났을 때부터인 것 같다. 그 남자에 대한 아내의 말투가 명령조로 바뀌어 있다.
“나도 당신 만큼 직장 생활 했으니까 우리 집안 일은 반반씩 나누어서 합시다.”
아내의 말이 맞기는 하지만, 이건 이제까지의 관습에 비하면 좀 심하다. 아직도 많은 가정에서 아내가 가사(家事)를 책임지는 편이다. 대개 아내가 요리를 하고, 청소와 세탁과 설거지도 한다. 그것이 남편이 삼십 년 이상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가정을 책임진 데 대한 보상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은퇴를 하고 나니 아내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것도 많이 달라졌다. 은퇴 후, 아내가 그 남자에게 내민 것은 앞치마 두 벌이었다. 그것도 전철 안에서 산 비닐로 된 앞치마였다. 하나는 빨간색, 다른 하나는 군청색. 그 남자는 그걸 받아들고 뻘쭘하였다. 그리고 못내 섭섭하였다. 이건 아니다. 여기서 물러섰다간 앞으로 가정에서 아내의 노예가 될 지도 모른다. 그 남자는 단호히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대부 역할을 하는 형님인 S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최근 그의 집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상세히 구체적으로 알렸다. 그 남자의 말을 듣는 S의 태도가 자못 진지하였다. S는 다소 신중한 태도로 그 남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 주었다. 그 남자는 S에게서 명쾌한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 남자가 S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형수씨는 형님한테 그러지 않지요?”
형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 보니까 남자가 아내 앞에 바싹 엎드려지내야겠더라. 아마 여성이 폐경기가 지나면 남성 호르몬이 많이 생겨 강해지나 봐.”
그 남자는 생각을 정리하였다. 남자가 나이 오십이 지나면 아내 말에 잘 따라야 하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인가 보다. 그 후 그 남자는 가사(家事)를 열심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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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행복론 -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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