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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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가 비너스로 상징된다고 한다면, 바로크는 막달라 마리아로 상징 된다”는 말이 있다. 성녀로 추앙받는 막달라 마리아가 바로크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미술과 문학의 주제가 되게 했다는 해석일 터이다.
종교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새롭게 유럽에 등장한 프로테스탄트가 가톨릭이 내세우고 있는 ‘고해’나 ‘성자숭상’을 못 마땅해 하는 자세에 맞서기위해서, 고해의 모범과 상징 ‘막달라 마리아 신앙’을 대대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유럽교회가 지금까지 목을 매달고 있던 ‘성 유물’로 부터 점차 예술작품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했던 시기와도 맞물린다.  
그러나 바로크 이탈리아에서 불기 시작한 막달라 붐은 교회가 시도하는 교화를 위한 모범의 역할을 훨씬 넘어선다. <막달라의 집에서의 회식> <그리스도의 십자가형> <부활>과 같은 예수 스토리의 보조 등장인물로서의 막달라 마리아가 아니라, “성녀 막달라 마리아”가 독립적으로 그림의 주제로 등장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막달라의 자태가 전신상, 반신상, 흉상 등 여러 모양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막달라 마리아 스토리는 설교나 종교서적을 떠나서 시나 희곡의 테마로서도 흔하게 다루어지게 된다. 성녀 막달라 마리아에게 내재하고 있는 “성과 속” “경건과 관능” “정신적인 면과 육체적인 면” “금욕적 신비와 감각적 희열”을 주제로 한 표현들이 이 시대만큼 다채롭게 표면화된 적은 이전에도 후에도 없었다.
“서로 모순되는 원리와 대립하는 감정” “둘 혹은 더 이상의 의미”를 아울러 보려는 것이 바로크 문화의 특징이라 본다면, 그런 의도와 현상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심벌이 성녀 막달라 마리아였다. 바로크시대 이탈리아 문화의 토양은 막달라 마리아가 갖추고 있다고 믿는 성녀성과 창녀성이라는 잠재력을 가장 화려하게 꽃피우게 했다.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티치아노가 그린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야 말로 그런 풍토를 대변해주기에 알맞은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것이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은 고전미술로 우리의 눈에 익숙한 <부끄러워하는 비너스>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의 꼬리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다시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로 눈을 돌려보자.  
막달라의 풍만한 육체에 성녀의 심벌이 되고 있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머리칼이 그 살결을 애무하듯 상반신을 덮어준다. 동굴에서 명상과 고행에 몰두하고 있는 성녀의 자세라고는 하지만, 고통이나 아픔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늘을 향한 눈물고인 눈하며 약간 벌린 입술은 과연 주를 사랑하는 희열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그림 왼쪽에 자리 잡은 향유 병이 아니라면, 당시의 감상자인들, 이 그림이 “성녀”를 그린 것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같은 화가가 수년 전에 그렸다는 <바다에서 태어나는 비너스>의 비너스와는 마치 자매처럼 빼어 닮은 모습이다. 그러면 작가는 <막달라>를 오로지 에로틱한 감상자들의 눈요기 거리로 그렸던 것일까? 이제 이 그림이 생산된 연유를 더듬어 보아야 하리라.
1531년 3월 11일, 만토바공 페데리코 곤자가가 페스카라 후작 부인이며 시인인 비토리아 콜론나에게 편지를 쓴다. “더 없이 아름다우면서도, 한껏 눈물에 젖어 있는 ‘막달라 마리아의 그림’을 당대 최고의 화가 티치아노에게 의뢰했노라”고. 비토리아 콜론나가 누구던가. 훗날 미켈란젤로가 남몰래 연심을 품고 소넷을 지어 바치게 될 여인이 아니던가. 지성과 경건 그리고 미모로 그 이름이 알려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간추리면, 당시 최고의 화가 티치아노가 귀족의 주문을 받아 “감각적인 아름다움과 종교적인 경건, 그리고 회개의 마음이 최대한으로 표현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그림을 받은 콜론나는 창녀들의 개종과 보호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여류시인이 남겼다는 막달라를 주제로 한 소넷의 일부를 소개해본다.
“갸륵하게 고조된 여인/그녀는/영원히 진실하게 사랑하는 이가 원하지 않는  일에는 등을 돌리고/잘못이 많았던 속세로부터 멀리 떨어져/인적이 드문 거처에서 충족되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보인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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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아노의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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