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본고는 지난 11월 11일 국제독립교회연합회가 주최한 ‘제8회 전 회원교육’에서 정일웅 목사가 발제한 ‘현 시대 속 목회자의 나라사랑’를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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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매우 혼란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매 주말만 되면, 광화문 사거리에는 “대통령하야”를 외치는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며, 서초동 검찰청 앞과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친정부를 위한 데모로 야단들입니다. 왜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 대통령은 이러한 혼란스러운 모습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너희들 떠들어라, 권력은 내가 쥐고 있으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오기로 청와대 안에서 버티고 계신 것 같습니다. 대통령 은 그의 취임사에서 참으로 감동을 주는 멋진 말 하지 않았던가요?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광화문에 나가서 기꺼이 만나 함께 대화하겠다! 역시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달라야 하는가봅니다.   
존경하는 목회자 여러분, 중요한 것은 지금 이념대립이 극렬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현 시국상황을 경험하면서, 오늘 저와 여러분에게 던져진 화두는 “목회자의 나라사랑”에 관한 주제입니다. 우리는 목회자로서 나라사랑의 방법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 “목회자의 나라사랑”은 과연 청와대 앞에서 전광훈목사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 대통령처럼 가만히 시간이 지나가도록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것이 나라사랑일까요? 곤란한 질문입니까? 그러면 이렇게 질문해 보겠습니다. 전광훈목사는 왜 청와대 앞과 광화문광장에서 벌써 약 6개월째 저렇게 “문대통령하야”를 외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합법적으로 국민투표에 의하여 선출된 대통령을 그렇게 물러가라고 막무가내로 소리치는 것이 정당한 행동일까요? 아마도 전목사님은 3년 전 박근혜대통령의 탄핵 상황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됩니다. 그는 비록 한국교회의 한 목회자요, 소위“한기총대표”라는 직함을 가진 자로서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그것이 과연 목회자의 참된 나라사랑하는 모습인지? 먼저 질문됩니다. 
잘 아시는 대로 처음 전광훈목사가 이러한 행동을 시작했을 때(6월), 소위 한국교회의 자칭 원로님들이 기자들 앞에서 전목사의 행동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대통령하야를 외치려면, 목사직 내려놓고, 정치인의 이름으로 행동하라고 충고했습니다.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그 대표직도 내려놓으라고 비판하였습니다. 저는 그 기자회견을 보면서, 질문이 생겼습니다. 전목사가 목사직을 내려놓고, 한 정치인으로 행동하라는 비판에는 동감하지만, 그러나 전목사가 지금 제기한 대통령의 정책실패와 국론을 분열시키는 언행과 관련된 7가지를 지적한 대통령을 향한 전목사의 비판은 정당해 보였으며, 그 문제의 당사자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한마디도 충언하지 않는 원로님들의 행위가 참으로 아부하는 행위로 여겨졌습니다. 존경하는 목회자 여러분, 목회자가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목사이전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인 줄 압니다. 아마도 전목사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국가가 위기에 처하여 있다면, 어떤 면으로라도 목회자는 당연히 나라사랑의 의지를 표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목사로서의 나라사랑에 관한 표현과 행동은 과연 어떤 것이 좋은지? 이러한 질문에는 역시 신중성이 요망됨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1. “정교분리원칙”에 관한 올바른 이해요망
 한국교회는 오래전부터 “정교분리”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 때문에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국가의 통치자가 독재를 하거나 잘못해도, 교회는 오직 침묵하고, 조용히 기도나해 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정교분리”라는 이 원칙이 왜 생겨난 것인지? 그 본래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보면, 한국교회가 그간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즉 그것은 교회가 국가(정치)에 대하여 간섭하지 않고 침묵해야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국가(권력)가 교회를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어디까지나 국가는 교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뜻에서 제시된 원칙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광훈목사의 행동은 이러한 원칙을 바로 잡아, 행동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목사는 그가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하면서 그의 행동에 대한 명분을 히틀러 독재정치에 맞서서 외쳤던 본회퍼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친 운전수에게 운전대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유명한 말인데, 이 말을 내세우면서 전목사님은 그의 행동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대통령하야”를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전목사를 향하여 우리 모두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문제인대통령이 과연 독일의 독재자였던 히틀러와 동일시할 수 있는 일인가?” 전목사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비쳐졌는지 모르지만, 국민 다수의 시각에서는 전목사의 지나친 오해가 아닌가? 지금 반박되고 있기도 합니다.   
원래 “정교분리”의 원칙은 미국 3대 대통령 제퍼슨이 미국 헌법에 제정한 것인데, 그의 의도는 하나님의 거룩한 영역으로 간주된 교회를 정부나, 정치권력이 간섭하여 좌지우지 못하도록 지상의 교회를 정부와 정치적인 권력의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유럽의 교회사는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래로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가종교로 등장하면서, 황제의 권력이 유럽의 교회를 1000년 이상 지배하고 다스리는 시대가 있었지요! 그러다가 종교개혁을 통하여 루터는 국가와 종교의 관계를 분리시켰습니다. 국가가 교회를 간섭하고 통치하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국왕이었던 헨리 8세가 아들하나 얻고 싶어서 로마교황청에다 이혼허락을 여러 번 청구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자 마침내 수장령을 발표하여 교회위에 국왕이 있다는 소위 주장을 펴고, 프로테스탄트 편에 서면서 국가종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것이“앵그리컨 처치”(Anglican Church)라 부르는 우리말 성공회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교분리원칙이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일제식민통치시대를 거치면서, 일제의 정치권력이 한국교회가 독립운동에 가담하는 일을 방지할 목적으로 정치가 교회에 간섭하지 않는 대신, 교회(종교)도 정치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바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한국교회 지도자들도 교회가 일제의 정치적인 탄압을 받아 교회와 지도자들이 옥고를 치르는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뜻에서 조선교회는 지혜로운 선교사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정부(정치)를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강조하게 되었고, 그러한 생각 때문에 주기철목사는 일제의 신사참배강요에 항거하다가 순교했지만, 1939년 제28회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신사참배를 결의하는 우를 저지르게 되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 이후 정교분리원칙은 이승만 대통령 덕분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에 명시되었는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이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정교분리원칙의 본뜻은 국교를 막자는 것이며, 교회가 국가나, 정부(정치)의 권력남용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정교분리원칙은 한국교회의 역사를 보면, 아이러니하게 그동안 진보교회와 보수교회의 이해가 달랐습니다. 한국의 진보교회 지도자들은 그동안 독재정치권력에 대항하여 민주화투쟁을 주저하지 않았으나, 보수교회지도자들은 일제식민통치시대의 경험을 근거로, 교회가 정치권력의 부패와 독재정치에 아무런 비판을 행하지 않았으며, 그러나 뒤로는 오히려 독재정권에 붙어 이득을 취하면서 지지까지 하는 상반된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정치하면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하는 관습에 빠져, 정교분리원칙만 강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정교분리의 원칙은 교회가 정부를 간섭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력이 교회를 보호하며,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방점이 있으며, 권력을 남용하여 악을 저지르는 정치권력에 대해서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새롭게 일깨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한 정교분리의 원칙이 아니라, 교회의 보호를 위하여 국가가 교회를 간섭하지 않도록 분리를 말하지만, “정교분리원칙은 정치와 종교는 구분되지만, 결코 서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도 그러하지만, 역시 목사의 직분으로도 정치에 대하여 언제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일정한 역할과 공동체(국민)를 구원으로 인도하는 책임을 질 감당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목사의 직분이란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며, 정치적인 혼란으로 바른 구원의 길을 찾는 백성들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참된 진리, 구원으로 안내하는 영적인 지도자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선지자적인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가와 종교는 각각의 역할을 가진 하나님이 세우신 기관으로 사회적인 역할 때문에 구분되지만 결코 분리되는 것이 아닌, 깊은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목회자의 나라사랑에 최선을 다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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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시대의 위기 속에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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