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8(화)
 
나비가 되어
                     
                                     김 영 희


언젠가 내가 나비였던 그 곳, 함평으로 갔다
어머니를 찾아가는 그리운 고향
지친 날개 접고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은빛 물결의 억새꽃은 마을 어귀에서 손짓하고
어릴 적 뛰놀던 집들은 꼬막만 한데
고향집은 등을 켜고 점점 또렷이 다가온다
텅 빈 마당에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고
맨발로 반겨 주시던 어머니는 어디에도 없다
사진이 걸려있던 그 자리, 벽이다
( 너는 커서 뭐가 될래---  )
아픈 배 문질러 주시던 어머니의 목소리
자장가 처럼 들으며 잠들던 오후
마당에는 어디서일까
휩쓸려온 가을이
나비날개를 접고 있다
어머니의 빈 뜰에  

고향과 어머니는 동질성의 의미를 갖게 된다. 우리들의 유년은 알록달록 구김 없는  오방색의 꽃밭이다. 호랑나비 노랑나비, 흰나비가 꽃밭에 훨훨 날아든다. 어린 소녀는 나비를 쫓아 뛰어다니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달려와 덥썩 그 품에 안겨든다. 시인은 그 무지개빛 같은 기억만으로도 벅차다.
 문득 달려간 고향집, 시간은 모든 것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은 꼬막만하다. 벽에 걸렸던 사진도 이미 그 자리엔 없다. 누렇게 바랜 벽지는 얼룩져 있고 不在에서 오는 공허함과 슬픔의 무게는 늪과 같지 않을까, 훨훨 나비와 함께 떠나간 시간에도 고향은 향기와 소리와 빛 온갖 기억들을 갈무리 해 두고 있다. 하릴없이 동구 밖을 향해 짖어대던 강아지, 아픈 배 문질러 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 모든 것이 보이지 않고 사라진 듯해도 고향은 살아서 우리들 곁에 남아 있다
 저기- 가을의 낙엽들도 날개를 접고 있다. 어린 날의 나비처럼, 시인은 아린 不在의 공간을 노랑나비로 채우고 있다. 한 편의 환상곡 인 듯 찬란하게 시를 빚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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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나비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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