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는 교파주의 교회로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 그들 교파에서 갈라진 교단까지 300여 개에 이른다. 교회의 분열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가장 심각한 분열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이다. 어떤 공동체든 그것이 분열하면 그 집단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교회가 대내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수많은 교단으로 분열해 있다는 약점이다.
그런데 이 장로교 교단분열의 명분이 참으로 희안하다. 신사참배 문제로 갈라진 고신측과 신신학적 문제로 갈라진 기장측을 제외하고, 예장의 분열에는 모두 WCC나 NCCK가 등장한다.
WCC는 1948년 결성된 국제기구인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를 이르는 말이고, NCCK는 1924년 한국기독교의 유일한 교단연합체로 결성된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에 이어 1946년 '한국기독교연합회'에 기반을 둔 순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The National Council of Churches in Korea, 1970년 개명)를 이르는 말이다.
WCC는 세계 1,2차 대전으로 수많은 인명이 무고히 희생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세계교회가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다는 자괴감에,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상의 평화를 위해 뭔가를 해 보자고 모인 세계 교회의 모임이다. 이 모임에 참여한 한국교회는 예장통합, 기장, 기감, 한국성공회로, 단 4개 교단 뿐이다. 한국교회의 300여 개 교단 중에 단 4개 교단만 가입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WCC가 생기기 전부터 한국교회를 대표해온 NCCK에는 예장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 복음교회, 루터교, 기하성, 한국정교회 등 단 7개 교단만 가입해 있다.
그런데 뭐가 두려워서 예장쪽 인사들은은 교단을 새로 만들 때마다 'WCC와 NCC를 반대한다'는 명분을 앞세우는지 알 수 없다. 솔직히 한국교회에서 교단 따로 차례 나가는 그들에 대해 WCC나 NCC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예장 소속 목회자들 중에 막상 WCC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대부분이 '용공주의'니, '종교혼합주의'니, '동성애 지지'니 하는 남들의 비난에 그냥 동조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WCC의 에큐메니칼운동은 용공주의도, 종교혼합주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