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서 교수, 피터스 목사 전기 및 ‘시편촬요’ 출간
최초의 한글성경 번역자란 물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존 로스’다. 하지만 엄밀히 ‘존 로스’는 신약 성경의 번역자다. 그렇다면 구약을 한글로 번역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알렉산더 알버트 피터스 목사’(한국명 피득/ 이하 피터스 목사), 그가 바로 구약성경의 최초 한글 번역자이자, ‘개역’ 성경 구약의 완성자다.
한국교회의 손꼽히는 성서학자이자, 존경받는 교육자인 박준서 교수(연세대 명예교수, 경인여대 전 총장)가 최근 대한기독교서회를 통해 출판한 책 ‘알렉산더 알버트 피터스 목사’(대한기독교서회)가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교회의 잊혀진 은인이 된 피터스 목사를 오늘날 다시 조명해, 한국 목회자와 성도들에 소개하게 된 박 교수는 언어의 천재였던 그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한글로 성경을 읽을 수 있었다고 단언한다.
박 교수는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가 고대 원어가 아닌 한글로 쓰인 성경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성경을 한국어로 번역해주신 분들의 노고 덕분이다”면서 “그런데 최초의 한글 구약성경을 번역한 분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피터스 목사가 있었기에, 우리 민족은 구약성경을 우리 말로 읽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흔히 사람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성경이 중국어 혹은 일어를 중역한 성경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히브리어 원문을 직접 번역한, 성경이다.
구약학 전문가인 박 교수는 이러한 역사가 가능했던 것이 바로 피터스 목사의 존재라고 설명했다. 1871년 우크라이나(구 러시아)의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피터스 목사는 어려서부터 유대교 회당에서 히브리어를 배우며, 히브리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여기에 독일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할 정도로, 높은 어학실력을 자랑했다. 이미 러시아어(모국어), 히브리어, 독일어를 통달한 셈이다.
이후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오게된 피터스 목사는 단 2년 만에 한국어를 완전히 마스터하게 된다. 박 교수가 그를 ‘언어의 천재’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박 교수는 “그는 구약성경이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권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그가 히브리어로 애송하던 시편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예순 두 편의 시편을 번역했을 때, 한시라도 빨리 한국사람에게 구약성경을 읽히겠다는 일념으로 ‘시편촬요’를 출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교수는 피터스 목사의 전기 외에도 최초의 한글 구약성경인 ‘시편촬요’를 함께 출간했다. 박 교수는 피터스 목사의 ‘시편’ 번역이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구약 성경 중에서도 난해한 표현이 많은 시편은 번역에 있어 엄청난 난위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피터스 목사는 한국어를 배운 지 단 2년만에 이를 해낸 것이다.
이외에도 박 교수는 ‘시편촬요’의 특징을 △히브리어 원문 번역 △순 한글 번역 △띄어쓰기 사용 등을 꼽았다.
또한 피터스 목사는 시편을 번역하면서, 동시에 찬송가 가사도 작사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유대인 전통에서 시편은 읽는 책이 아니라, 노래로 부르는 것이라며, 유대인 출신의 그는 그가 번역한 시편을 주제로 17편의 찬송가 가사를 작사했고, 이를 초기 찬송가 ‘찬셩시’에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간된 ‘시편촬요’에는 피터스 목사의 ‘찬셩시’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이후 피터스 목사는1926년 구약개역위원회 평생위원으로 위촉받아, 공식적인 성경편찬 작업을 이끌었으며, 1937년 한국교회의 공인 ‘개역구약성경’을 완성하게 된다. 이 성경은 이후 개정을 거쳐, 현재까지도 한국교회 예배의 공인 성경으로 쓰이고 있다.
한편, 박준서 교수는 지난 2018년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를 설립하고, 그의 업적을 조명키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LA인근에서 초라하게 방치된 그의 묘소를 찾아 이를 단장한 것이 박 교수의 첫 번째 사역이었다.
또한 앞으로 양화진선교사 묘역에 피터스 목사 기념비를 건립하고, 설교집을 출간하는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여갈 예정이다. 피터스 목사 기념 강좌 개최, 영상물 제작 등 단기적 사업 외에도, 기념관 건립 등 대규모 프로젝트도 기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