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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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총회장이 되기 전부터도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순수시대를 꿈꾸었습니다. 원래 개척교회 시절에도 저는 속 썩이는 성도들에게 항상 순애보적 사랑을 했습니다. 오죽하면 교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떠나겠다는 한 부부 집에 심방을 가서 눈물로 기도한 후 이런 노래를 불렀겠습니까?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나를 두고 가지를 마오.” 또한 매주 발행되는 주보 칼럼에도 성도들을 향한 순애보적 칼럼을 많이 썼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공적 사역을 하면서 한국교회를 향해 순수시대를 열어가자고 하는 눈물 젖은 연서도 많이 썼습니다. 바로 그런 마음으로 흩어져 있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사실 각 기관의 운영을 위해서는 통합을 안 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그리고 반기독교 악법을 막아보지 않고 교회 생태계를 바라보는 안목이 없는 사람은 연합의 중요성을 모릅니다. 저는 일찍이 이슬람 수쿠크법, 차별금지법, 종교인과세 등 교회 생태계를 위협하는 입법들이 발의 될 때마다 맨 앞에서 막았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한국교회 연합과 비전의 밤때 공로상을 드린 분들이 저를 깨우쳐 주셨거나 저와 함께 일을 한 분들입니다. 그들은 착하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위대한 일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일찍이 짐 콜린스는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을 썼지 않습니까?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5년에 걸쳐 2천여 명의 심층 인터뷰와 6천여 관련 논문을 보며 20년 동안 살아남은 기업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그런대로 좋은 삶에 만족하며 그 너머의 위대한 삶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를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만하면 되었다하고 스스로 안위함을 얻으며 위대한 삶을 미리서 포기하더라는 것이죠. 짐 콜린스는 그 책에서 유명한 교훈을 남깁니다. “Good is the enemy of Great”(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 좋은 것에 취해 좋은 것보다 더 좋은 것, 더 위대한 것을 생각하지 않다가 쇠퇴를 하거나 망하게 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에도 한때 유명한 성공신화를 이루었던 기업들 중 현재 경제무대에서 사라진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 기업의 경영주 역시 이만하면 됐어하며 좋은 것에서 위대한 것으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항상 좋은 것에 머무르지 않고 위대한 것으로 나아가려고 몸부림을 치는 사람입니다.

 

사실 저희 교회도 아주 좋은 교회입니다. 정말 이만하면 됐다싶을 정도의 교회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와도 바로 물리쳐버립니다. 코로나가 왔을 때에도 정부의 방역정책을 핑계 삼아 얼마든지 쉬는 기회를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부의 방역정책보다 더 앞선 지혜를 발휘하고 하이브리드 처치와 플랫폼 처치를 열어가는 패스파인더(pathfinder)가 되려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대통합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누구도 엄두내지 못하고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때에, 저는 이 일을 8, 9부 능선까지 이끌어왔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열정보다 순수시대를 추구하는 저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면서 부터였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겉으로는 찬성하는 듯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연합을 반대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분들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문화막시즘과 네오막시즘을 막아내고 반기독교 악법의 입법을 차단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이대로가 좋고 지금이 좋다고 생각하면 더 위대한 미래의 세계를 볼 수가 없습니다. 문화막시즘의 쓰나미가 거대하게 밀려올 때 큰 둑을 막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우리끼리 배를 만들어 신앙을 지키는데 급급한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제가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자는 위대한 세계의 사역을 제안하였고, 우생순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선수들처럼 마지막 땀 한 방울과 호흡까지 다 바친다 생각하며 노력에 노력을 하였습니다.

 

제가 1년 동안 경험한 것은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그 법안에서 묘수를 발휘하는 정치력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묘수를 발휘하는 정치력은 잔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순수성과 진정성, 또한 애간장이 녹는 애틋한 마음에서 나오게 되지요. 저는 그 애끓는 마음과 함께 한국교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미래를 향한 전략적 포석을 두는 안목과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를 위한 정치가 이기면 이길수록 지는 편은 한국교회라는 사실이지요. 내가 지더라도 한국교회가 이기고 내 성이 무너져도 한국교회 공익을 위한 길이 열린다면 그 길을 내는 사람은 참으로 귀하고 위대한 사람이죠. 그 사람이 바로 좋은 것에서 위대한 것으로 가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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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말이 떠오르네요. ‘아생교회사 아사교회생’(我生敎會死 我死敎會生) “내가 살면 교회가 죽고 내가 죽으면 교회가 산다.” 나의 욕망을 채우면 한국교회는 쇠하고 내 욕망을 비우면 한국교회는 세워집니다. 우리 모두 이런 한국교회의 순수시대를 함께 꿈꿀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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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순수시대는 멈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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