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636만표(48.57%) 표를 얻어 1611만표(47.81%)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76%(25만 여표) 차이로 당선됐다. 이로써 20년 집권을 말하던 좌파 운동권 정권은 5년 만에 물러나고 우파 정권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좌파 운동권이 주도하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정치권이 무속과 신천지 등을 끌어들여 우리사회에 종교문화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종교자유를 위축시키고 우리사회를 분열시키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무속이든, 신천지든, 종교 문제는 종교계 내부의 문제로 남겨 두어야지, 애초에 정치권이 나서서 이러쿵 저러쿵 휘둘러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종교자유가 있는 사회에서 그것은 믿는 자의 절대신념체계이고, 누가 어떤 종교를 믿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대표적 다종교사회이다. 다종교사회란 말은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뚜렸한 주류종교가 없이 여러 종교전통이 엇비슷하게 그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가 엇비슷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종교적 현상을 드러내는 민족종교 또는 무속종교 및 기성종교에서 파생한 분파적 현상들이 뒤섞여 있다. 가히 한국사회를 향해 종교박물관이라고 부르는 말이 크게 틀린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나 혐오는 적절치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나 사회적 가치관은 그 사회의 주류 종교 또는 지배 종교에서 나온다. 종교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회의 주류 종교의 정통성과 건강성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가치관을 공급하는 주류 종교가 기복화 되거나, 세속주의화 하여 본래적 가르침에서 일탈하게 되면 그 종교만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도 가치관의 혼돈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사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종교의 자유가 없는 사회는 인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가 종교의 자유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건강한 문화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모든 영역에서 종교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종교가 폄훼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