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자 명비에서 찾은 가족의 이름 “너무 감격스러워”
- 황학수 전 국회의원 “필리핀의 용맹과 희생 결코 잊지 않아”
- 이종구 부회장 “양국의 관계 발전 위한 미래세대 교육에 힘써야”
- 조베나 다마센 회장 “필리핀도 어려웠지만··· 한국 파병에 주저하지 않았다”
- 박원영 목사 “한국의 자유 위해 희생한 꽃다운 필리핀의 청춘들···”
"필리핀에서 잊혀진 할아버지의 이름을 이 곳에서 찾았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들이 함께하는 '필리핀 4D프레임 선수단'이 지난 10월 2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필리핀의 영웅들과 재회하는 감동의 순간을 연출했다. 이들 중에는 전쟁기념관 내 마련된 한국전 희생자 명비에서 자신의 아버지(할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하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케 하기도 했다.
오전 일찍 전쟁기념관을 찾은 필리핀 선수단은 박원영 목사(서울조찬기도회 사무총장)의 안내로 6.25 전쟁과 필리핀의 참전, 그리고 자유와 평화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별히 이 자리에는 황학수 전 국회의원(호국영웅CALLHERO 총재)을 포함해 이종구 부회장(한국전쟁참전국기념사업회), 강영규 소령(예), 최현우 소령(예) 등이 함께했다.
또한 이날 방문에 주한 필리핀 대사관에서 큰 관심을 표했는데, 로물로 빅터 이스라엘 총영사를 포함해 엔리케 예비역 대령(예), 돈 템플로누에보 대령(예) 등이 직접 선수단을 마중했다.
이들은 먼저 전쟁기념관을 바라보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국가를 연이어 제창하고, 간단한 인사 후 기념관을 둘러봤다.
먼저 황학수 전 국회의원은 "필리핀 참전용사 후손들과 6.25 전쟁의 모든 역사가 담겨있는 전쟁기념관에서 함께 조우할 수 있어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 곳에는 6.25에서 활약한 필리핀의 용맹과 희생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자랑스러운 필리핀의 흔적을 이 곳에서 찾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이종구 부회장은 "우리는 항상 한국전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의 후손을 기억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보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양국의 자녀들이 미래세대에 더욱 좋은 관계로 발전될 수 있도록 올바른 역사 교육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필리핀 재향군인회'(PEFTOK) 회장을 맡고 있는 조베나 다마센 여사는 특별히 이날 할아버지의 군번줄을 직접 목에 걸고 나와 관심을 끌었다. 조베나 다마센 여사의 할아버지는 한국전 참전용사로 수많은 전투에 참여했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군번줄을 걸고 이 곳에 왔다. 너무도 웅장한 광경에 영광스럽기까지 하다"며 "세계 2차대전 후 필리핀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대한민국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과 필리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혈맹이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한국전 당시 총 7,420명을 파병했으며, 이 중 121명이 전투 중 목숨을 잃었다. 필리핀군은 율동전투, 아스날-에리고지 전투, 백석산-크리스마스고지 전투 등 굵직한 전투에서 상당한 공적을 세웠다. 현재는 약 100여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물로 빅터 이스라엘 총영사는 "한국에서 필리핀 국민들을 만나고 이렇게 인사할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하다"며 "70년 전에 만난 한국을 이렇게 여러분이 다시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가울 것이다. 한국과 필리핀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함께 했다. 앞으로도 양국의 좋은 관계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선수단은 전쟁기념관 내부를 견학하고, 필리핀 용사들의 이름이 새겨있는 명비를 찾아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후손들은 자신의 가족과 주변의 아는 이름을 발견하며, 매우 신기해 했고, 이를 기억하고 또 기리는 한국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박원영 목사는 "6.25가 발발한 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해 전 세계 16개국에서 군사를 파병하고, 6개국에서 의료와 물자를 지원했다"며 "6.25는 자유와 평화를 위해 전 세계가 하나로 뭉친 위대한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은 자국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을 외면하지 않았다. 필리핀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생면부지 한국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졌다"며 "어찌 그 고마움을 이루 말할 수 있나? 이제 우리가 필리핀에 손을 내밀어 세계 선진을 위해 동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별히 이날은 UN 창립을 기념하는 '국제연합의 날'로 더욱 의미를 더했다. UN은 지난 1945년 10월 24일 공식 창립했다. 박 목사는 "올해로 78주년을 맞은 국제연합의 날은 세계 자유를 보장받은 매우 뜻깊은 날이다"며 "무엇보다 UN 창설 이후 첫번째 혜택을 입은 대한민국은 국제연합의 날을 더욱 지키고 기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오후에는 주한 필리핀 대사관을 방문해 오찬을 함께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한편, 지난 20일 한국을 찾은 선수단은 금번 방한 기간동안 필리핀참전기념비, 국회의사당, 양화진선교사묘역, 구리시청, 엘드림교회 등을 방문했으며, 명동, 인사동, 경복궁 등 서울 주요 지역을 자유롭게 관광했다.
특히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제17회 국제수리과학창의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선수단은 오는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