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12(목)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 새 이미지.jpg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소리가 / 해 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 시몬, 너는 아느냐 / 낙엽 밟는 소리가 /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 낙엽은 날개 소리와 /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 시몬, 너는 아느냐 / 낙엽 밟는 소리가 / 가까이 오라 /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가을길은 낙엽길과 같습니다. 단풍잎을 밟으며 가을길을 걸으면 뭔가 숙연해 집니다. 하늘은 파랗고 산은 붉고 길은 스산합니다. 안도현 시인의 말마따나 나뭇잎이 가을엽서가 됩니다.

 

우리는 그냥 낙엽을 밟는 게 아니라 가을엽서를 밟는 것입니다. 낙엽은 정말 향기로운 가을향기를 물씬물씬 풍겨주죠. 그러나 우리는 가을낙엽이 주는 향기로만 만족할 수 없습니다. 가을에는 책 읽기가 너무 좋은 계절입니다. 하늘이 푸르듯이 책도 푸르게 보이고 단풍이 아름답듯이 글씨가 어쩌면 그렇게 곱게 보이는지요.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책에서 나오는 냄새가 가을 향기처럼 느껴집니다. 요즘 공원이나 기차 여행길에서 보면 책 읽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거의 스마트폰에 집중을 합니다. 물론 저도 스마트폰 검색은 하죠. 그러나 스마트폰 검색 가지고는 다분히 정보만 얻을 수 있지 향기를 느낄 수는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하여 알게 된 책을 구입해서 책장을 넘길 때야 책 향기를 느끼거든요.

 

저는 요즘 무척 마음이 무겁고 힘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 교회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회 일로 많이 고민하고 애태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있을 어떤 행사에 우호적 반대를 해야 할지 조금이라도 발을 담가야 할지 어제와 오늘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 측근에 있는 사람들은 반대를 하고 교계의 몇몇 분들은 같이 하자고 주문을 합니다. 또 연합기관 통합 문제도 이렇다 할 해결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심란할 때 저는 책을 읽습니다. 쉬운 책은 빨리 읽히고 어려운 책은 늦게 읽히지만, 쉬운 책이건 어려운 책이건 책을 읽는 그 순간은 얼마나 마음이 평온하고 코끝에 향기가 묻어나는지 모릅니다. 특히 이소동집사(숙명여대 중문과교수)님이 쓰신 공맹과 노장이라는 책은 어려운 내용인데도 감탄사를 나오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힘들면 책상에 앉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독서 탐닉가가 되죠. 그 많은 독서의 힘이 설교의 내용을 더 탄탄하게 하고 견고하게 합니다. 물론 목회자가 힘들 때 기도해야죠. 그리고 성경을 읽어야죠. 그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사실 일반 책을 읽는 것보다 성경을 읽고 연구할 때는 얼마나 마음이 평안한지 모릅니다. 눈이 침침하도록 성경을 읽죠. 그 장을 읽다가 원근통시법적으로 그 장과 관련된 여러 편의 성경을 연구합니다. 또한 주석을 묵상하면 성경 본문이 제 안에서 거의 완벽하게 흡수가 되고 용해가 되어 새로운 창작의 설교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어도 제가 읽는 책보다 읽지 않는 책이 훨씬 더 많고 성경도 제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끝없이 독서를 할 겁니다. 특별히 가을일수록 푸른 하늘과 책장을 넘기며 독서할 겁니다. 그리고 가을 길을 걸을 때 모든 잎새 하나하나가 가을엽서라는 사실을 생각하며 길을 걸을 것입니다. 글을 쓰는 이 시간도 종이 위에 가을 낙엽 향기가 폐 속 깊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이 좋은 계절에 부지런히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양서를 읽으며 가을엽서를 이웃들에게 보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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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2

  • 74681
단풍

스마트폰의 검색을 넘어 종이 필자를 통해 낙옆 향기가 폐 속 깊이 들어가는 사색과 단풍의 계절
96%의 쓸데없는 걱정은 던져 버리고
기쁨으로
감사함으로
그렇게 지낼 수 있는 가을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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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목사님의 모든 설교에서 가을의 향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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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오늘

책속의 귀한 향기가 목회현장까지 이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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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자

다시 독서를 시작하고 꾸준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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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이 가을 성경말씀과 책들로 향기를 채우고 흩날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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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가을에 좋은 양서를 읽는 것은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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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sperfections

목회자의 의무인 독서에 힘쓰시는 목사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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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우와..소년같으면서도 그 깊이를 알수가 없는 아포리즘이네요
무척 마음이 무겁고 힘들때가 많으셔서...근데도 목사님의 향기로운 마음으로 살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다랗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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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총명

책향기도 좋지만 예수님향기나는 소강석 목사님이 더 좋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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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책향기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더 하여져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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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샤인

가을은 독서의 계절... 성경과 책을 읽으며 겸손히 더 배워야겠다는 목사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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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역시 문학박사 목사님 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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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길

이 가을 독서의 계절에 친히 독서를 실천하시는 모습이 좋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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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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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의자리

귀한 지식과 은혜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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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넓고 깊은 학식이 역시 책에서 나왔네요. 오늘은 책한권과 여유를 부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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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역시 가을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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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맘

늘 일상의 삶과 바쁜 사역속에서도 독서하시는 목사님의
모습이 도전이 되고 감동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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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쁨

말씀과 독서로 더욱 영혼을 채우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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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터

스마트폰으로 인해 독서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목사님의 글을 읽으며 반성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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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풍당둥

바쁜 중에도 계속 독서하시는 목사님,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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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가을에는 더욱 성경을 읽고 독서하는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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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책이 풍겨주는 가을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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