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충서 원로목사, 1월부터 작은교회 예배 응원 사역 본격 시작
- 주일마다 떡 들고 작은교회 찾아 예배 함께하고, 목회자와 성도 격려
대한민국 작은교회의 건강한 목회를 응원하는 작은교회살리기연합(대표 이창호 목사)이 올해 작은교회를 위한 매우 의미있는 사업을 시작했다. 은퇴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매주 인근 작은교회를 찾아 예배에 함께하는 것인데, 작은교회와 은퇴목회자 모두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33년간의 목회를 마치고, 원로목사가 된 구충서 목사(예닮교회 은퇴)는 올해부터는 주일을 인근 떡집에서 따뜻한 콩설기 떡을 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작은교회를 위한 예배 응원 사역을 시작한 구 목사는 한 달에 두 번 떡을 들고 주변의 작은교회를 찾는다.
여타 은퇴 목회자들처럼 행사 섭외를 받거나, 설교자로 초청을 받은게 아니다. 그저 일일 성도가 되어 작은교회에서 예배를 함께 드리는 것이다. 전체 성도가 5~6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교회 입장에서는 단 한 명이라도 자리를 채워주는 것만큼 감사한게 없다. 더군다나 하늘같은 목회 선배가 떡까지 사와서 응원을 해주니 작은교회 목회자 입장에서는 힘이 안날래 안날 수가 없는 것이다.
구 목사가 올해 작은교회 응원 사역을 시작한 것은 작교연 대표 이창호 목사의 추천 때문이다. 숭실고 후배이기도 한 이 목사는 지난해 12월 은퇴한 구 목사에게 작은교회를 돕는 일에 함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거창할 것도 없이 그저 주일 작은교회를 찾아 예배를 함께해 주기만 한다는 얘기에 기꺼이 수락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도 복되고 또 은혜로운 일이 됐다.
구 목사는 "이 목사님께 제안을 받고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이 일이 평소 내가 생각했던 사역하고 맞는 것 같더라. 그간 노회에서도 작은교회를 위해 선교회를 함께 하면서 작은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늘 있었다"며 "작교연 덕분에 은퇴 후에 너무나 좋은 사역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창호 목사의 추천도 있었지만, 사실 구 목사가 이 일에 더욱 열심으로 나서게 된 것은 그 역시 작은교회에서 오랫동안 목회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구 목사는 "전도사 시절 시골에서 단독목회를 하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작은 상가교회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했다"며 "가족들이 참 많이 고생했다. 자녀들은 늘 풍족하지 못했고 사모는 내가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요즘 작은교회를 다니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성도들이 참 대단하다. 얼마든지 큰 교회 갈 수 있고, 또 더 좋은 환경 찾아 교회를 옮길 수도 있는데, 고생을 자처하며 작은교회를 지켜 내신다"며 "지나고 보니 하나님은 목회자나 성도나 어려움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사역했던 사람들에 복을 주시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러 작은교회를 찾을 때 거창한 선물보다는 따뜻한 떡을 준비한다. 이 사역을 하루이틀 할 것도 아니고, 육신의 힘이 다할 때까지 할 생각인데, 작은교회 목회자, 성도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매개로 떡 만한게 없다 싶었다.
구 목사는 "저번주에는 교회에서 특별히 목사님이 저를 불러 내셔서 인사하는 시간을 주시더라. 제가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해서 간증을 했는데, 나름 많이 위로를 받으시더라"고 말했다.
최근 작은교회를 찾아다니며 새삼 느낀 것은 목회자들의 영성과 실력이 매우 대단했다는 것이다. 자신과는 또다른 젊은 목회자들의 패기와 성경에 대한 분석력이 정말 뛰어나 매주 참으로 은혜를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그가 이 사역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 중에 하나는 그가 섬겼던 예닮교회의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제2의 사역을 시작하고자 33년을 섬겼던 예닮교회를 후임 박선관 목사에게 물려주고 조기 은퇴했다.
사실 모든 은퇴 목회자들의 공통된 고민이 은퇴 후 나갈 교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인데, 그는 여전히 교회의 요청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예닮교회에 간다. 매주 자신의 사역을 위해 기도하는 후임 박선관 목사와 성도들이 그에게는 여전히 가장 큰 힘이다. 그는 인터뷰 하는 내내 예닮교회에 대한 감사를 기사에 절대 빼놓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하기도 했다.
구 목사는 "우리 교회 성도님들은 정말 가장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 눈물로 교회를 일궈낸 분들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저 눈물부터 흐른다"며 "조기 은퇴를 결정한 것도 너무도 고맙고 훌륭한 우리 성도들에 나보다 더 좋은 담임목사님을 빨리 만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감사하게도 성도들과 가장 좋을 때 은퇴했다. 그래서 지금도 성도님들과 관계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료 은퇴 목회자들에 작은교회 응원 사역을 함께할 것을 적극 권면했다. 그는 "은퇴하고 주일에 마땅히 예배 드릴 곳이 없는게 은퇴 목회자들이 대부분 겪는 어려움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 은퇴 목회자들이 매주 작은교회를 찾아 응원하고 힘을 보태준다면, 서로에게 너무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며 "내가 작교연 이사다. 이 일에 함께하고 싶거나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