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률 목사(신촌예배당)
“존귀에 처하나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멸망하는 짐승 같도다.”(시49:20).
인류 역사상 가장 불행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히틀러? 네로? 김일성? 이런 사람들도 당연히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제자였던 가룟 유다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특별히 택함을 받은 제자였지만, 그리스도를 팔아넘김으로 가장 파렴치하고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자는 자기에게 대하여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 인자를 파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으리로다. 그 사람은 차라리 나지 아니하였다면 제게 좋을 뻔하였느니라.”(마26:24).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한 미국인 조선 독립운동가 헐버트(1863-1949)를 잘 아실 것입니다. 그는 1886년 그의 나이 23세 때 선교사로 조선에 왔습니다. 헐버트는 여느 선교사처럼 조선에서 고생할 각오를 하고 왔지만, 막상 와보니 조선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했습니다. 그는 ‘선교사라면 자신이 선교하는 나라의 지리 역사 문헌 등에 대하여 특별히 공부하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조선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나흘 만에 한글을 깨우쳤습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언어 자질이 남달랐기 때문이라기보다, 익히기 쉬운 한글의 특징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그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훌륭한 글자를 만들 수 있는 민족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부터 조선에 애정을 가지고 조선을 위하여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훈민정음을 보고 세 가지 면에서 놀랐습니다. 첫째는 매우 과학적인 것에 놀랐고, 둘째는 가장 익히기 쉬우면서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은 점에서 놀랐고, 셋째는 이런 글자를 국민들이 무시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매우 귀중한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익히고 발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천시하는 것을 보고 만일 조선이 훈민정음을 중요시 여겼다면 그토록 낙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가룟유다는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택함을 받은 제자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제자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상이 새롭게 되어 인자가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을 때에 나를 좇는 너희도 열두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 두 지파를 심판하리라. 또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여러 배를 받고 또 영생을 상속하리라.”(마19:29-30).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주신 약속은 위임 받은 심판의 권세와 영생 상속이었습니다.
계시록에는 열 두 사도에게 주어지는 다음과 같은 상급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성에 성곽은 열 두 기초석이 있고 그 위에 어린 양의 십 이 사도의 열 두 이름이 있더라.”(계21:14). 그들은 하나님 나라 성벽의 주춧돌이 되는 영광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가룟유다는 자신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런 영광을 받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현 위치가 어떤 상황인지 안다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나의 형편 나의 처지는 존귀한 위치입니다. 우리 자신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영원하신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의 영인 성령을 우리에게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 끝날 까지 항상 함께 계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우리는 복 받은 자들입니다. 그러니 때로는 시험들 일을 만난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유익하게 하시고 모든 것에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주실 줄 믿고 감사함으로 주님을 영화롭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존귀에 처하나 깨닫지 못한 가룟유다는 결국은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자의 명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몰라서 야곱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고라는 자신이 하나님을 섬기는 레위 지파에 속한 것에 대하여 귀중함을 모르고 제사장 직분을 탐내다가 결국 망하고 말았습니다(민16:9). 우리가 가진 명분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명분입니다. 우리가 가진 지위는 왕 같은 제사장입니다. 자신의 자리가 얼마나 존귀한지 깨닫고 더욱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성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