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률 목사(신촌예배당)
“그가 또 기근을 불러 그 땅에 임하게 하여 그 의뢰하는 양식을 끊으셨도다.”(시105:16).
제가 집에서 사용하는 의자는 등받이가 탄력이 있어서 제가 끝까지 누우면 140도는 기울어집니다. 여간 편리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때로는 마음 편안히 기대고 있다가 거기서 잠들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여느 때처럼 등을 기대는데 의자가 그만 바닥으로 쿵 하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지나치게 세게 기댄 나머지 무게 중심이 등받이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하나님의 보호가 없었더라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대면 그런 일이 없을 터인데 제가 지나치게 의자를 믿은 나머지 몸무게에 속도까지 첨가하다가 그렇게 된 것입니다.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과 그 아들들이 의뢰하는 양식을 끊으셨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전적으로 의자를 믿고 있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듯이 이스라엘과 그의 자손들은 하나님을 의뢰하지 못하고 양식을 믿고 있다가 가나안 땅에 흉년이 들고 만 것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중동 전 지역의 현상이었으므로 이스라엘도 여기에서 비켜 나갈 수 없었던 일이지, 그것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의뢰하는 양식을 끊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그야말로 믿지 아니하는 마음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양털에게만 비를 내리게 하시고, 사방에는 마르게 하실 수 있고, 양털만 마르고 사면 땅에는 비를 내리게 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삿6:36-40). 430년 후 애굽에 재앙이 내릴 때, 이스라엘 백성이 거하는 고센 땅만 안전했던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아니하고 다른 것을 의지하고 살아가면 그것이 우상이 되기 쉽습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아닌 사람들은 그들이 무엇을 의지하던 하나님은 그냥 두십니다. 여러분이 남의 자녀가 잘못해도 간섭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자녀는 그대로 두시지 않습니다. 근실이 채근하십니다. 하나님 외에 다른 것들을 의지하면 의뢰하는 것들을 끊으십니다. 돈을 의지하면 돈이 궁색해집니다. 자녀를 의뢰하면 자녀 때문에 실망하는 일이 생깁니다. 권력을 의지하면 권력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일어납니다. 검을 의지하면 검으로 망하게 됩니다.
다리가 들노루처럼 빨랐던 아사헬은 자기 다리를 믿고 아브넬을 추격하다가 아브넬의 역공에 죽임 당하고 말았습니다(삼하2:23). 뛰어난 모사가였던 아히도벨은 압살롬이 자기의 모사를 받아들이지 않자 고향으로 내려가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삼하17:23). 자기의 지혜를 지나치게 의지한 결과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의뢰하는 것들을 끊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회개하지 아니하면 그것으로 파멸의 결과를 낳게 합니다.
하나님을 의뢰하지 아니하고 다른 것들을 의뢰하는 것이 미혹입니다. 제가 초중고 시절에는 권투의 인기가 최고였습니다. 그래서 노는 것도 동네에서는 권투 시합하며 놀았습니다. 나보다 세 살 많은 동네 골목대장은 동년배 친구들뿐 아니라, 하급생들을 모아 놓고 권투를 가르쳤습니다. 산에 올라가면 잔디가 넓게 깔린 묘지로 데리고 가서 경기하게 하였습니다. 그 당시 온 동네의 우상은 한국인 세계 챔피언이었습니다. 저는 그 선수는 절대 패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패하는 것을 보고 사람에게 있어서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은 결코 믿을 존재가 못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신앙인들이 믿어야 할 분이 하나님입니다. 의뢰해야 할 분은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을 의뢰함은 말씀을 의뢰하는 것입니다. 약속을 의뢰하는 것입니다. 말씀을 의뢰하려면 시험이 따라옵니다. 도저히 말씀대로 되지 않을 것 같은 시험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넘어집니다. 하나님께서 요셉에게 꿈으로 보여주신 말씀이, 노예로 팔려 간 요셉에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보였을까요? 현실성으로 따지면 1%도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그는 히브리인 노예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셉은 하나님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옥중에서조차도 그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의 믿음을 보시고 그에게 총리대신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가능성을 믿으라고 하시지 않습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여도 하나님이 역사하시기만 하면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뢰하는 사람이 선을 행할 수 있습니다(시3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