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흔들리는 꽃들
 
김 장 순


등에는 붉은색 흰색 보자기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고 있다, 작은 꽃들이
빨간 손 호호 불며 달리기도 하고
도란도란 어깨동무 하며
장난도 치고
작은 발길을 한 발짝 한 발짝 옮기고 있다

밭두렁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 흔들리고 있다
한 걸음도 옮길 수 없지만
작은 하늘을 멀리 달려가고 있다

꽃들이 움직이며 피어나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작은 꽃이다. 그 때 어려운 시절이 있었는가?  묻는 다면 아롱져 오는 시간의 회로를 되돌리며 잔잔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책보자기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녔던 그 시절의 사람들 가난해도 행복했었다고, 가장 소중한 시절이 시인의 이 시간을 지켜주고 있지 않을까, 완성된 경험이 그 기억의 축적이 더욱 심화되어 모두의 정서에 스며들어 함게 공감하게 된다.
시인은 늘 작은 꽃이다. 작은 발걸음이 한 발짝 한 발짝 삶을 강인하게 붙들고 있다. 빨간 손이 겨울을 견뎌왔다. 도란도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도 배워 왔다. 코스모스는 밭두렁에 묶여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지만,  느닷없이 꽃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하늘은 광활하고 푸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무한대로 열린 우주 공간에
꽃들은 움직이며 피어난다.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는 꽃의 群舞가 가을을 더욱 찬란하게 치장하고 있다.
보자기 책가방의 작은 소녀가 흔들리며 쉼없이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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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흔들리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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