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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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생각이다. 사법농단의 머리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 사태 말이다. 그가 검찰에 소환된 것을 뭐 사태라고 표현할 것까지야 있느냐는 물음이 가능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표현이다. 그가 검찰에 소환되면 먼저 포토라인에 서면 되는 것인데, 구태여 대법원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기변명을 함으로써 최소한 구속만은 면해 보려고 용심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이는 새로운 사태만을 불러들일 공산이 커 보인다. 그를 구속하라는 피켓을 든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가 검찰에 소환되는 당일 하기로 작정해 놓은 기자회견에 맞불을 놓을 기세가 역력해서 가위 양승태 사태라는 표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새로운 국면이 조성될 공산이 매우 커 보이기 때문이다.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그들은 소위 대한민국의 사법농단의 오랜 악습으로 인해 그들의 삶의 뿌리가 완전히 거덜나버림으로써 생의 벼랑에 몰려 이러도 저러도 못한 삶을 산 사람들, 또는 그 자제들이나 관련자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들이 그런 고통의 나날을 보낸 것이 양승태 한 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그는 다른 전직 대법원장들과 함께 혐의(嫌疑)를 나누어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꼭 대법원만이 아닌 넓은 의미의 법조계 인사들 대부분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과거에 곪았던 것들이 모두 터져가고 있는 지금, 그가 과거 사법부의 잘못들에 대한 총책임 형식의 문책을 대표적으로 받게 되었다고 해서 크게 억울할 일은 아닐 것 같다.  
그를 구속하라고 외치는 이들은 재야 시민단체 회원들이다. 그 단체들을 보니 각양각색이다. ‘양승태 구속’의용단,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 사법농단피해자단체연대모임, 민생·사법적폐근절행동, 촛불혁명출판시민위원회,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등 통산 수십 종에 이르는 시민 단체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부르짖는 구호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법적폐 청산하라! 양승태를 구속·엄벌하라! 적폐판사 탄핵하라! 재판소원제 도입하라! 국민 참심원제 도입하라! 그리고 마지막엔 좀 더 긴 이러한 구호도 있다.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 위법과 탈세 행위 등을 철저하게 수사하여 엄벌함은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  
우리가 2017년 문 정부에 들어와서 봇물같이 터지기 시작한 과거 각종 의혹 사건들의 실상이 사법부 인사들, 아니 법조계 인사들에 의해 날조된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 앞에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국가보안과 관련된 사건들이 거의가 날조되어 억울하게 짜 맞추어진 각본에 의해 순진무구하고 무고한 양민(良民)들이 생명을 잃거나 장기 투옥되거나 정신병자로 전락하거나 가정이 풍비박산이 되거나 한 사례들이 너무도 많아서 도대체 이럴 수도 있는가 장탄식해 보지만 무슨 뾰족한 해결책이란 게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체념 상태에 빠져버린 경우도 한두 인사들에 국한된 체험이 아니다.
필자는 최근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소위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자료들을 뒤지다가 그때의 여덟 피고인들을 만들어내는 데 어떻든 한 역할을 한 당시의 법무장관이 황산덕이란 유명한 법학자였다는 사실 앞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기각함으로써 그들이 사형대에서 처형되도록 최종적으로 확정판결한 곳이 바로 당시의 대법원이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접하고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떤 자료에 의하면 이 사건을 초기에 접한 검사 네 분이 이를 하나의 날조된 사건으로 판단해, 그 기소장에 날인(서명)할 수 없다고 거부했으며, 그들 중 세 사람은 아예 사표를 던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그 검사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출세에 혈안이 되어 무죄한 사람이 중죄인이 되든 말든, 또는 그들이 처형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윗선의 지시대로 따르는 일을 다반사로 여기던 때에 그 검사들은 실로 위대한 용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황 장관이 그들(8인)의 형 집행에 직접 서명(날인)을 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후문도 돌리지만, 그런 흉포한 시대에 권력에 연연하여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실은 사표를 내던진 그 젊은 검사들만도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법조계 인사들의 권력지상주의적 망령이 오늘에 되살아난 것이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형태로 나타났으며, 인혁당 사건 때의 그 결단력 있던 검사들의 혼이 오늘에 되살아나 사법농단의 주역을 의법 척결하는 검찰 직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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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태와 누적된 사법농단/임 영 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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