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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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더운 여름 어느 날 필자와 몇 명의 목사들이 김포공항 입구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여승 한분이 들어와 합장하고 절을 하더니 테이블을 돌아가며 시주를 구했다. 그 여승이 우리 테이블에 왔고 순간 당황했던 우리 일행을 대신해 필자가 만원짜리 한 장을 건네 주며, “스님, 우리는 목사들입니다. 날씨가 무더운데 이것으로 시원한 음료라도 사 드시고 수행하십시오. 혹시 시간이 되시면 기독교에 대한 관심도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던 여자 목사님이 냉큼 그 말을 받아서 “스님, 예수 믿으세요!”라고 소리 질렀다. 그 순간 필자는 그 목사님을 돌려 세우고 그 스님을 정중하게 보내드렸다. 그리고 그 여자 목사님에게 “목사님, 저 분이 스님이 되신 것이 누구 잘못입니까? 잘못이 있다면 우리 같은 목사들에게 있습니다. 저 분이 지옥가겠다고 작심하고 여승이 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더 빨리 전도하지 못해서 저 분이 여승이 된 겁니다. 만일 우리가 더 빨리 전도했다면 저 분이 여자 목사님이 되어 있을 줄 누가 알아요? 지금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전도하신 것이 아니라 불교와 그 여스님을 모욕한 것입니다.”라고 나무랐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난 부처님 오신 날 조계종 행사에 참여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불교의식에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내 신앙이 우선이면 공당 대표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라”고 항의한 것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다. 필자는 그날 황 대표의 석가탄신일 법요식에 참석 이후 언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조계종 정도라면 적어도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황교안 대표를 이해한다”라는 정도의 입장이 나올 줄 알았다. 그것이 필자가 아는 부처의 사상과도 맞는 것이다.
그들의 불만은 황 대표가 법요식에서 합장과 관불 의식을 거부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것은 조계종이 기독교 신앙과 황 대표에 대한 중대한 오류 혹은 결례로 볼 수 밖에 없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가 소위 기독교로부터 ‘우상숭배’라는 지탄을 받을 수도 있는 불교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조계종이 스스로 말한대로 “다만 황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가 당 대표가 아니면 갈 일도 없고 갈 필요도, 아니 갈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또 일부 황 대표 지지자 중에서도 조계종 측의 이례적인 유감 표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종교적 신념이 강하더라도 정치에 입문한 이상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날 행사에 참여한 황 대표의 언행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그가 합장이나 관불의식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빼고 불교의 사상과 예전 그리고 방문자들과의 어울림에서 한치라도 불교도가 모욕감이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었는가? 합장과 관불의식은 종교다원주의적 사상을 기독교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면 이는 정치적 이유로 기독교와 기독교를 우롱하는 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진정으로 조계종은 불교에 대한 존중 없이 그냥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람들 앞에서 그들의 의식을 따라 주는 것이 그렇게 좋은가? 불교와 그 예전에 대해 자신이 가진 독실한 개인적 신앙에도 불구하고 공당의 책임자로서 깍듯하고 신사적인 태도로 예를 갖추어 참석하여 축하하는 것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타종교를 무차별 공격하는 태도를 용납해서도 안되지만, 어떤 이유로도 기독교 신앙이 위협받아서도 안됨을 천명한다.
필자를 비롯한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한 인식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에게 ‘장로 대통령’이라는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워 그의 행보를 지독히도 방해하며, 기독교와 불교의 극단적인 갈등과 대립을 유도하며 그 반사 이익을 취해갔던 일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황 대표에 대한 이런 공격은 언론이나 일반 불교신자라면 가능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불교지도자들, 나아가 이 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이러면 안되다. 목사가 시주하는 스님을 정중히 대하여 탁발수행을 도왔듯이, 합장은 안 했어도 나름대로 정중히 예를 표한 황 대표를 그리 막 대하면 안되는 것이다. 황 대표에 대해 예의를 갖추라. 우리나라는 불교의 나라도 기독교의 나라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우리 모두의 나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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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황교안 대표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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