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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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터잡아 경제보복에 나섰다. 그것도 우리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한 것이어서 아프다. 더 아픈 것은 현 정부가 들어서면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가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합의 사항으로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 방안을 부정하고, 또 우리 대법원의 배상판결이 있은 후에 일본이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 것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함이 더욱 아프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금지 발표가 있자 청와대와 정부는 “상황을 보며 대책을 연구해보자”며, 하루 지나 나온 설명이 고작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 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2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하며, 강경화 장관은 “앞으로 대책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사차원 화법을 구사했다. 결국 일은 정부가 저지르고 기업은 피해를 당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다.
아베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부에서 일본의 조치는 WTO 규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자유무역과 관계가 없고 국가간의 신뢰가 깨어진 상태에서 자신들이 취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즉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이며, 내면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 거부에 따른 외교적 불신에 따른 반발의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일본은 총리가 전면에 나섰는데, 우리는 국무회의 안건에 올리지도 않았다.
예측조차 못했던 정보부재와 대책조차도 못 세우는 무능이다. 6월 30일에 보복 대상이 된 기업 임원을 만난 산자부 역시 사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오히려 기업에게 언제 알았느냐고 묻자 정부나 기업 모두 신문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가히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이것이 최첨단 세계경제 전쟁터에서 살고 있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현주소이다.
정부가 읊조리는 “WTO 제소” “일본내 법적 제소” “국산화” 등등은 실익이 없고 멀고 먼 대책이란 것을 기업인들은 알고 있다. 외교부에 기대할 것은 정말 없다. 강 장관은 이 일에 무관한 듯 보였다. 일본은 철저하게 짠 각본대로 움직이고, 우리는 전혀 대책이 없다. 국내 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항변은 옳지만 힘없는 소리다.
그런데 살펴보니 외교, 경제 부처들이 동문서답하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소위 ‘과거사 우선주의’를 방침으로 하는 대통령의 의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려스러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세계질서도 그렇고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관계도 그렇고 우리 실력이 일본과 중국을 맞대응할만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익도 없는 명분과 과거사에 메달려 더 불행한 미래를 만들어 낸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하는가?
이제 정부는 결단해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당연히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순순히 해줄 만큼 도덕성이 탁월하지 못한 일본을 붙잡고 늘어져봐야 우리만 손해다. 필자의 생각에는 피해자들에 대한 타당한 보상을 정부가 대신해주고 일본정부에 구상권을 유지함으로 현실적인 보상을 완결하자. 그리고 사과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반복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요구하면서도 현안과 미래를 위해 협력하라.
일본은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인데, 왜 그 불가능한 일을 두고 마치 우리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처럼 매달리는지 모르겠다. 나쁜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것이야말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전형적인 표플리즘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정부는 정말 나쁘다. 지금 일본은 우리나라의 과거사에 관하여 역사 왜곡과 교과서 왜곡 기술, 우파 정치인들의 막말 등으로 그들이 가고 싶은 만큼 우리 눈치를 보지도 않고 가버렸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의미한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감성팔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강조하거니와 기업은 국제 사회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국민적 집단이다. 국가는 기업의 강력한 후견이어야 하며, 국가간 무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최대의 병참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유착이 아닌 상호협력이 절실한 시점인데, 왠지 안으로는 기업을 옥죄여 숨통을 틀어막고, 밖으로는 방치하여 엄청난 손해와 위기로 몰아넣으면서도 그 책임은 그들에게 넘기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바보야! 기업은 정부 기관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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