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대표적인 지성으로 손꼽히는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한때 스스로 무신론자였음을 고백했다. 중학교 1학년 즈음 인간으로서의 삶의 이유와 신의 존재에 대해 깊은 방황을 반복하다 결국 무신론의 길을 택했던 김 목사는 지금은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신학자이자 목회자, 저술가로서 우뚝섰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떠난 적이 없던 그가 방황해야 했던 이유, 그리고 그를 다시 자신의 품으로 불러들인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 김남준 목사는 오늘날 방황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담아 진심어린 조언을 펼쳤다.
김 목사는 지난 8월 26일 자신이 시무하는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 목회와 신학, 저술가로서의 삶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남준 목사는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대뜸 스스로 무신론자였음을 밝혔다. 루터와 칼빈 등의 종교개혁자부터 존 오웬 등의 신학을 연구하는 이 시대의 기독 지성인에게 무신론자라는 과거는 쉽게 상상키 어려운 말이었다.
김 목사는 “갓난 아기시절 기어다닐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늘 마음에 존재하는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었다”면서 “나는 그 해답을 교회에서 찾지 못했고, 스스로 무신론자로 살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나님을 떠난 그가 손에 쥔 것을 책이었다. 6년간 미친 듯이 문학에 빠져 지냈다. 김 목사는 “책을 통해 상당한 위로를 받았다. 책 속에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더라”면서 “허나 그 위로가 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문학은 질문만 할 뿐 답을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사상과 철학 등도 섭렵했지만 마음의 안식을 얻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만난 책이 바로 톨스토이의 ‘인생론’과 ‘부활’이었다. 그는 “이 두 권을 읽으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안식을 느꼈다”며 “그렇게 전도하는 사람 없이 스스로 교회에 나가서 예수를 믿게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사실 나는 이렇게 교회를 크게 키우고, 어떠한 비전을 이뤄야겠다는 목표가 없었다. 주님을 깊이 만나고 변화된 후 스스로의 신학에 커다란 전환점이 생겼을 뿐이다”면서 “하나님은 한 사람의 목회자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환경을 겪게 하신다. 그 경험을 통해 지금도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해결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남준 목사와의 대담 내용이다.
Q. 한국교회의 다음세대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음세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인간은 가정에서 양육된다. 가정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회심이다. 지금은 이 단어가 많이 사라졌지만, 스스로 죄인임을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서는 것은 신앙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결국 영혼이 변화되지 않으면 새로운 삶을 살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성경과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 모든 세계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고 통치되고 있다는 것을 지식의 습득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해줘야 한다.
Q. 교회 내 세대 간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는데?
사실 세대간의 간극이 있는 것이 결코 이상한 것은 아니다. 매우 자연스럽다. 우리가 앞세대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듯이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다음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다만 그 격차와 간극을 강조하기 보다, 주님 앞에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사고방식이 다르더라도 주님을 깊이 만나, 하나님 말씀 안에서 서로가 소통한다면, 이해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Q. 올바른 교회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하나님이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신 목적은 세상에 하나님이 누구이신지 알게 하기 위함이다. 허나 잘못된 교회는 하나님이 아니라 교회 스스로를 잘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교회가 세상에 하나님을 드러내는 방법은 빛과 소금으로 비견되는 사상과 윤리다. ‘착한 행실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말씀이 말해 주고 있다. 그렇게 사상과 윤리를 하나로 묶은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다.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세상에 정확하게 그 진리를 전파해야 한다.
Q. 목사님이 과거에 ‘답’을 찾지 못해 무신론에 들어섰듯이, 교회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 교회는 어떠한 답을 줘야 하는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들의 신앙이 마음에서 우러 나온 것이 아닌 주입된 신앙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신앙적 고백이 온전히 자기 고백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저 주입식 고백이 아닌, 세상을 향한 웅장한 고백이 될 수 있게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복음의 진수를 깊이 경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게 아니다. 비록 적은 지식일지라도 마음 깊이 받아들이면 하나님을 진정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성령의 역사다.
구원에 대한 이해도 깊이 필요하다. 구원은 우리 기독교 신앙의 눈을 열어 준다. 교회에서는 이를 위해 반드시 교리 교육을 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을 하게 하고, 인간과 신을 이해하게 하는 작업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Q. 한국교회 신학적 수준에 대한 이견이 많다. 과연 한국교회는 폭발적 성장 만큼이나 그 수준도 성장했는가?
먼저 그 기준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신학이 복잡하고 세밀한 부분에 대한 얼개라고 한다면 단연 한국 신학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볼 때 현대 신학 자체가 점차 후퇴하고 있다는 측면이 있다. 현대 신학은 과거에 비해 매우 세밀화, 분과화 되고 있는데, 이것이 학제들간의 심각한 괴리를 낳았고, 결국 유기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실패하고 있다.
한 마디로 세분화가 심해지다 보니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교회에는 다른 세계 신학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독특함이 있다. 비록 한국교회가 쇠퇴하고 있따고 하지만, 기성 기독교 국가 중 이만큼 교회르 사랑하고, 충성스러우며, 기도생활을 충실히 하는 교회 역시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한국은 여전히 신학을 사랑하는 나라다.
쉽게 길러낸 목회자는 그만큼 교회에 큰 부담을 준다. 과거의 목회자는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 될 수 있었다. 그만큼 과정이 까다로웠고, 어려웠다. 결코 아무나 소화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목회자들이 깊은 고민없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20세기 이후다.
만약 설교에 감동은 있지만, 그저 그 감동이 TV 아침 프로그램의 감동과 별반 다를게 없다면 과연 이것은 좋은 설교인가? 설교에는 기독교만이 줄 수 있는 고유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결국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 목회자가 되기 전에 충분히 훈련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목숨을 걸고 목회를 배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목회는 현저히 다르다. 그런 면에서 신학생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강도 높은 목회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삶의 주요 키워드를 꼽는다면?
매순간 조금씩 달라지지만 지금 내안에는 실존, 진리, 은혜, 타의, 행복라는 말이 가득하다. 실존은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명제이며, 진리를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해명을 준다. 은혜 없이는 진리를 누릴 수 없으며, 이 모두를 다른 모든 사람과 함께 누리고 있다.
Q. 열린교회의 양육방식은 어떠한가?
열린교회는 교리 중심의 교육을 한다. 흔히 교리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데, 사실은 교리를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모든 신앙적 가르침이 매우 쉽게 받아들여진다. 교리를 가르치면 사람들이 어려워 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우리교회에서는 교리반(12주)을 수료치 않으면 서리집사 외 임직을 할 수 없으며, 구역장, 교사 등도 맡을 수 없다. 교리반 과정은 1시간 30분씩 총 12번을 진행하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러 85점 이상이 나와야 자격증을 쥐어 준다. 약 300여명이 이상이 매번 본 과정에 참여하며, 이미 자격증을 받았더라도, 공부를 위해 재차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도 상당수가 있다.
Q. 명성교회로 대표되는 한국교회의 세습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세습에 대해 단 한번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 세습이 특권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그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굳이 그 교회를 자기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아들이 있지만 한 번도 비슷한 생각도 해 본적이 없다.(김 목사의 아들 역시 목사다) 당장 내일이라도 세습에 뜻이 없다는 것을 공표하라면 할 수 있다. 아들은 내가 낳아서 둥지에서 기르기는 했으나, 이제 떠나서 자유롭게 세상을 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나?
혹여 성도들이 아들을 담임으로 원한다 해도 내가 철저히 반대다. 순전히 실력에 의한 청빙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우리교회에 올 필요가 더 없지 않나? 못난 나도 이만큼이나 왔는데 실력이 좋다면 어디 가서든 못하겠나?
여태까지 책을 한 80여권 쓴 것 같다. 그저 하나님의 소명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책을 한 5권 정도 동시에 집필하고 있는데 조만간 2권 정도가 완성될 것 같다. 특히 요즘 ‘마음’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데 그리스도인들이 읽으면, 공감이 가는 책을 집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