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9(월)
 
마을로 가는 길

  강 순 화

산 아래
마을로 가는 길이 있다
산 그림자 길어진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어디로 갈까
바람에게 길을 묻는다
길 끝에 마을이 있다고
산 아래 또 길이 있는 줄 바람은 안다
휘어진 산길 돌아가면 사람소리, 저녘 연기 피어오르고
창문에는 꽃등이 켜진다  

내리는 어둠은 불빛에 숨어들고

마을은 돌아오지 않은 누군가를 아직 기다리고

모든 생명체는 길 위에서 생애를 마친다. 사람의 여정도 길 위에 그의 삶을 얹어 둔 채, 묵묵히 가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선택해야만 하는 존재임을...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을 떠올리게 되지만 강순화의 시 ‘마을로 가는 길’ 전문에서는 또 다른 빛깔의 시를 감상하게 된다. 그윽하게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보게 된다. 노란 가을 숲 길도 이제는 앙상한 나무들만 직립해 있는 겨울로 접어 들었다. 깊이 사색하게 되는 계절 앞에 눈길이 머물게 되는 시편이다.
시인은 여러 갈래의 여정 앞에서 ‘어디로 갈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산 그림자 그늘 같은 암울함과 거목이 잘린 나무그루터기라는 은유적 의미를 깔아놓고 향방을 자문자답해보지만 알 수 없는 존재의 물음이 되고 있다. 문득 내면 깊은 무의식의 세계인듯, 혹은 분명히 그의 하나님이 되신 분의 음성이 아닐까. 바람, 그 곳에서 음성을 듣는다. 숲 길은 어둡고 그 갈래를 찾을 수 없어도 그에게는 마을로 가는 길이 보인다. 분별되지 않는 초저녁 어둠이 내리는 그의 갈래길 앞에서 저녘 연기 피어오르는 마을이 보인다. 창호지 창문에 붉은 등이 켜지고 정다운 목소리도 오순도순 오가고 부엌칸에서는 달그락달그락 밥짓는 소리, 그래서 갈 곳을 안다. 마음에 묻어둔 본향을 찾는다. 어둠이 짙어도 은하의 별들이 밤길을 밝힌다. 마을로 가는 길엔 기쁨과 평온이 내려오고 있다.
 마을은 오지않은 그를 붉은 꽃등 하나 켜들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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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마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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