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종교인구가 증가하던 분위기에 익숙했던 한국 종교계는 비 종교인구가 종교인구를 초과한 2015년 종교인구 통계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바야흐로 한국 사회가 비 종교인구가 많은 다원적 종교지형으로 변모해 가는 새로운 징조를 보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 한국 종교의 양대 산맥인 불교의 조계종 사태 및 기독교의 대형 교회세습과 사회법 위반 행위는 자본신앙과 건물종교에 함몰된 종교의 세속화된 모습에 대중은 종교에 등을 돌리는 암울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종교의 위기는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 내부의 문제라면 종교혁신을 통하여 극복하면 되지만, 지금의 종교위기는 종교가 사회에 왜 필요한가를 근본적으로 묻고 있다. 그럼 한국 종교는 역사적 지평에서 어떤 종교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생존하고 종교의 순기능을 보존하면서 사회와 같이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한국 종교는 위기의 상황에서 안이한 호교론적인 입장에서 교세를 확장하려는 전술에 치중하기보다는 종교혁신을 통해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대개혁을 단행하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새해 한국 종교가 가야 할 길을 간단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 종교는 교세 확장의 종교정책보다는 창교 이념을 바르게 실천하는 종교인을 육성하여야 한다. 종교는 아직도 축 시대의 마지막 남아있는 권위의 원천이다. 자본신앙과 기복신앙을 밑바탕으로 종교인 숫자 늘리기에 주력하는 양적 성장 정책은 이미 낡은 패러다임이다. 깨달음과 믿음은 공유되어야 하고, 이는 일상생활에서 실천되고 역사적 공동체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종교는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에 뿌리박은 종교인을 육성하여야 한다.
필자는 이런 종교인을 ‘영성생활인(靈聖生活人)’이라고 칭한다. 신령스러운 종교적 신앙의 뿌리에 바탕을 두고 일상생활에서 종교적 황금율을 실천하는 일상인을 말한다. 위대한 종교인은 소수의 엘리트 종교인을 말함이 아니다. 민중과 더불어 열린 가슴으로 다양한 종교의 언어를 회통하고, 과학적 유토피아에 함몰되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을 내뿜는 새로운 종교인이다. 한국 종교는 종교인구를 양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과감히 포기하고 참 종교인을 길러내는 본연의 목표를 회복하여야 한다. 종교인은 비종교인보다 인격적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한국 종교는 호교론적인 종교정책을 탈피하여 한국의 종교문화에 바탕을 둔 주체적인 한국의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 종교는 원효의 통불교 정신과 최치원의 풍류의 얼, 성리학의 퇴계와 율곡, 실학의 다산과 같은 한민족의 위대한 종교혼의 창조적 정신을 발휘하여 종교 종주국의 종교 담론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는 한국의 종교적 심성과 한국 종교문화에 뿌리를 내림으로써만 가능하다. 근·현대에 한국의 유교, 불교, 그리스도교 등에서 세계 종교계에 실천적인 담론으로 자랑한 만한 종교인과 종교사상이 무엇이 있나 곰곰이 성찰해 보자. 외래종교는 한국의 종교적 심성을 아우르는 종교로 재탄생되어야 하고, 신종교는 세계인의 종교적 심성에 뿌리내릴 수 있는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열린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
셋째, 한국 종교는 인격신앙과 인격공동체에 바탕을 둔 신명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종교의 텍스트는 종교적 인간의 궁극적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새롭게 탄생한 종교적 인격은 종교적 인격과 종교적 인격이 서로 연대하여 인격공동체를 형성하여야 한다. 이런 성숙한 공동체 문화는 역사적 지평에서 ‘신명나는’ 신명공동체로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유교의 대동세계, 불교의 용화세계, 그리스도교의 공동체 문화, 신종교의 개벽세계 등 각 종교가 지향하는 이상세계를 이 땅에 구현하여야 한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문화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전통이다. 공동체 문화는 민족의 영속성, 한국인의 종교적 역량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보편적 종교문화이다. 한국 종교는 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민족사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구도자의 심정으로 민중과 함께 역사의 험로를 개척하여야 한다.
한국 종교와 한국 종교인은 위기의 상황에서 종교적 창조성을 발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위기의 한국 종교는 참 종교인을 육성하고, 주체적인 종교 담론을 창출하고, 인격 신앙에 바탕을 둔 신명공동체를 만들어 새 활로를 개척하여야 한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서만이 한국 종교는 한국인과 더불어 한국역사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종교로서 역사에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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