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탑승객 155명을 태운 여객기가 활주로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날아오는 새떼와 충돌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여객기는 양쪽 엔진 모두를 잃고,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고, 승객들은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비행기를 조종하던 설리 기장은 일단 보조동력을 가동하고 승객들을 살리기 위한 판단을 고민한다. 사고 소식을 접한 관제탑에서는 출발 공항으로 회항하거나, 인근 공항에 착륙할 것을 지시한 상황, 하지만 설리 기장은 850미터 밖에 되지 않은 상공에서 회항은 불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결국 관제탑의 지시를 거부하고 인근 허드슨강에 수상 착륙을 시도한다. 그리고 얼마 후, 155명 모두 안전하게 구조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이 사고는 지난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US항공 1549편 여객기에게 일어난 실화로, 지난 2016년에는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대중들에 알려졌다. 영화는 단순히 155명을 살린 놀라운 기적 뿐 아니라, 허드슨강에 불시착을 단행한 설리 기장의 판단과 그를 둘러싼 논란들에 포커스를 맞춰 전개되는데, 바로 여기에 우리 한국교회가 눈여겨 봐야 할 주제들이 등장한다.
사고 후, 항공 조사관들은 설리 기장에게 공항으로 회항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판단으로는 충분히 공항 착륙이 가능했고, 시간도 충분했다는 것,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절차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설리 기장은 그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한 시간과 사고순간에 놓인 현실의 시간이 결코 동일할 수 없고, 생명이 오가는 긴급한 순간, 모든 원칙이 결코 정답이 아님을 항변한다. 교본 속의 매뉴얼이 아닌 생명을 살리기 위한 현실적인 판단이 더욱 중요했던 것, 결국 설리 기장은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해 낸다.
오랜만에 한국교회에 고조되는 대통합의 열기에 한교총이 절차와 원칙을 내세우며, 제대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단 협상부터 완료하고, 통합은 이후에 고민해 보자는 것인데, 현실과 괴리된 한교총의 판단에 교계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양쪽 엔진을 잃고 추락하는 비행기와 같다. 80~90년대 기적적인 부흥을 경험하며, 워낙 하늘 끝까지 날아 올랐던 터라, 엔진을 잃은 뒤에도 오랜 기간 활강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어느덧 바닥이 보이는 지금 추락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한교총이 고수하는 절차와 원칙은 추락하는 한국교회 앞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장 바닥과 맞닿을지 모르는 상황에, 공항 활주로만 고집해서는 자칫 승객들의 생명을 모두 잃을 뿐이다. 비록 아스팔트가 쭉 뻗은 활주로는 아닐지라도 승객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자갈 가득한 비포장 도로이든, 차가운 한강 한복판이든 상관없는 것이다. 한교총이 망설이는 사이, 한국교회라는 비행기에 탑승한 수많은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의 생명은 위태로워 진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영화에서 설리 기장이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추궁하는 조사관들을 향해 부기장 제프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어딘가에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기장의 판단 덕분이다. 규칙대로 했다면 우린 모두 죽었을 것이다”
지금 추락하는 한국교회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관에 갇힌 규칙이 아니라, 당장의 위기를 타개할 현실적인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