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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회색은 중립이 아니라 비겁함이다

  • 차진태 기자
  • 입력 2026.07.2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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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진태 기자(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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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불신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적 대립과 국민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경제적 고통, 여기에 선거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과 사회 전반의 신뢰 위기까지 겹쳤다. 국민들은 지금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동체가 갈망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공정과 정의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이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잘못은 명명백백히 규명되며, 권력 또한 예외 없이 책임을 진다는 원칙. 이는 민주사회가 존립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시대적 혼란이 깊어질수록 교회의 역할은 더욱 무거워진다. 교회는 세상의 흐름에 표류하는 집단이 아니라, 시대를 향해 양심의 소리를 내야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성경 속 선지자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았고, 초대교회 역시 불의 앞에서 침묵을 미덕으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교회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 뒤에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있다. 사회적 본질을 외면한 채 입을 닫는 것을 '신중함'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물론 교회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 파벌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경계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과, 정의를 말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교회가 지켜야 할 중립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중립이지, 진리와 거짓,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의 중립이 아니다. 불의 앞에서 침묵하고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외면한다면, 그것은 중립이 아니라 '책임 회피'일 뿐이다.

 

흑과 백이 명확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끝내 회색만을 고집하는 태도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교회의 빛을 잃게 만들 뿐이다.

 

교회는 '어느 진영의 편에 설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하나님의 정의가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는 권력을 향해서도, 대중을 향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담대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은 완벽한 교회를 기대하지 않으며, 진리를 말해야 할 순간에 비겁하게 침묵하지 않는 교회를 바랄 뿐이다. 시대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교회는 회색 지대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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