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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학적 칼날인가, 정치적 낙인인가

  • 차진태 기자
  • 입력 2026.09.1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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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장통합의 '전광훈 이단 규정' 움직임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

전광훈 목사.jpg

 

 예장통합측이 다음주 9월 총회를 앞두고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교계는 물론 시민사회 전반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전 목사가 단순한 목회자의 범주를 넘어 현 보수 진영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인 만큼, 이번 예장통합 측의 이단 규정 시도가 순수한 신학적 검증이 아닌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신학적 정죄'가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전광훈 목사의 언행과 발언이 다소 거칠고 경솔하거나 목회자로서의 품위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은 교계 내부에서도 거듭 지적되어 온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이 과연 한 목회자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정교회 공동체에서 매장할 만큼 심각한 신학적 비기독성이나 교리적 탈선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는 현격한 이견이 존재한다.

 

부흥사 출신인 전 목사는 특유의 과장된 입담과 강한 농담으로 청중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어법을 자주 구사해 왔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성령의 본체’ 등의 발언 역시, 현장에 참석한 청중들이나 신앙인들이 이를 문자 그대로 교리화하여 받아들이거나 세뇌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그들 역시 전 목사의 발언을 농담 그 이상으로 생각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전 목사 역시 진지하게 대중이 자신을 ‘성령의 본체’로 생각하도록 의도했다고 보기도 억지스럽다. 

 

그렇기에 비록 이러한 거친 언사가 신앙적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신성모독적 오해를 살 수 있을지언정, 이는 교단 차원의 계도나 엄중한 경고 조치로 바로잡을 사안이지 ‘교리적 이단’이라는 최종적 둔기로 단죄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시기와 정황’이다. 현 정권과 전 목사 측은 이념적으로 강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현 정권을 향한 보수 성향 국민들의 반발과 저항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처럼 정국이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통합측이 앞장서 보수 진영의 대표적 인사를 이단으로 묶으려 하는 것은, 신학적 순수성을 넘어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려는 권력 구조와 궤를 같이한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만약 신학적 이단 정죄가 이처럼 정치적 계산이나 정권의 입장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남용된다면, 향후 한국 종교사는 진영 논리에 따라 언제든 이단 정죄가 '정치적 억압의 도구'로 악용되는 참담한 선례를 남기게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정치적·이념적 대립이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된 지금, 종교의 신학적 자율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전광훈 목사 측 대외협력실은 지난 10일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정치로 이단을 정죄하려 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전 목사 측은 입장문에서 "전광훈 목사의 메시지는 40년 동안 달라진 적이 없으며, 수만 명의 목회자를 교육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연임할 때나 지금이나 믿는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지역 노회들과 달리 유독 전남 지역의 순서·순천남·여수노회에서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며, "예장통합 이대위가 이미 2022년 제107회 총회에서 전 목사에게 이단으로 규정할 만한 사상이나 가르침이 없다고 판단했던 만큼, 이를 뒤집으려면 달라진 신학적 근거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전 목사 측은 보고서 내용에 신학적 검증 대신 '우파 정치 이념'과 '정치 선동'에 대한 비난이 담긴 점을 꼬집으며, "언제부터 정치적 성향과 사회적 평판이 이단 판단의 기준이 되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에 광화문 집회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이단이라는 낙인으로 막아서려 해서는 안 된다"며, "교단을 이용해 정치적 반대자에게 낙인을 찍는 저급한 '이단 놀이'이자, 국가권력이 종교를 통제하고 정치적 도구로 삼는 정교분리 원칙 훼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단은 권력의 방패가 아니며, 신학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휘둘리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장통합 총회가 이번 사안을 다룸에 있어 정치적 이해관계나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성경과 엄밀한 신학적 잣대에 기반하여 냉철하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교계와 사회 전체가 예리하게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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