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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문의 자율성인가, 교단 정치의 개입인가

  • 차진태 기자
  • 입력 2026.08.3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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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신대 박사원 '정의호 목사 특별 강좌'가 남긴 중립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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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회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교단 신학대학교 강당을 통해 특정 인물과 노회를 겨냥한 세미나가 열렸다.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할 신학교가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사자의 소명 기회조차 배제된 채 진행된 강좌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신학대학교가 교단 내 정치적 대립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지난 8월 24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합신대) 본관 강당에서 열린 석·박사 과정(박사원) 개강 특별 강좌는 신학적 검증이라는 명목에도 불구하고, 9월 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논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강좌의 주제는 '정의호 목사(용인기쁨의교회 담임)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였다. 정의호 목사는 최근 합신 교단 내에서 복귀 문제를 둘러싸고 노회와 총회 임원회 간의 견해차가 첨예하게 맞서는 중심에 있다. 노회 측은 총회 임원회가 적법한 조치를 부정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반면, 총회 측은 노회의 주장을 일축하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엄정한 중립과 신학적 냉철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교단의 명예로운 학문 기관인 합신대 박사원 원우회가 하필 지금, 교단 내 가장 예민한 '정치적 폭탄'을 개강 특강의 주제로 올렸다. 과연 이것이 순수한 학술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신중치 못한 분쟁의 개입일까?

 

이날 발제자로 나선 조병수 교수, 이남규 교수, 문정식 목사 등은 정의호 목사의 저서 비평과 함께 노회 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반박에 주력했다. 강좌의 내용이 특정 진영의 입장에 편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사전에 정의호 목사 측이나 중서울노회 측에 해당 강좌에 대한 어떠한 안내나 소명의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다. 당사자의 반론이나 설명 없이 일방적인 비판과 반박만이 이루어진 행사를 과연 균형 잡힌 학술 교육의 장이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 토론과 비평은 사실 여부를 떠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는 학문적 객관성을 표방하는 신학교의 비판 의식이 자칫 일방적인 주장 전달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강좌 홍보 포스터 하단에 기재된 [질서 유지를 위한 안내] 문구 역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주최 측은 다음과 같은 법적 조치 안내를 명시했다.

 

"본 강좌는 본교의 학술·교육 행사입니다. 주최 측의 허가 없는 무단출입, 고성, 난입, 촬영, 피켓 시위 등 강좌 진행을 방해하는 제반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및 제319조(건조물침입)에 의거, 즉시 현장 채증(녹화) 후 경찰 고발 및 민·형사상 엄중한 법적 처벌을 묻겠습니다.

 

학술 세미나 안내문에 형법 조항과 경찰 고발이라는 고압적인 표현이 포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학술 교육의 현장에서 법적 처벌을 강조해야 할 만큼 사전 갈등을 예견했다면, 그만큼 해당 강좌가 지닌 정치적 파급력과 논란 가능성을 주최 측 스스로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갈등 요소를 사전에 조정하거나 균형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드는 대신, 형법을 앞세워 통제하려 했다는 점에서 주최 측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개강 특강이 열린 시점 또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오는 9월 14일 열리는 합신 총회에서는 정의호 목사 관련 사안과 중서울노회 총대권 유지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총회를 불과 보름 여 앞둔 정국에서 신학교의 이름을 내걸고 개최된 이번 강좌는 특정 정파에 명분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신학대학교가 교단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학교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교단 전체의 학문적 권위마저 실추시키는 일이다.

 

신학교는 정치적 계산에서 벗어나 교단 내 갈등을 중재하고 성경적 기준을 제시하는 보루여야 한다. 당사자의 소명권이 박탈된 채 감행된 이번 강좌가 교단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 합신대는 학문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대해 엄중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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