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진태 기자(편집국장)

침묵이 미덕이 된 시대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해묵은 처세술은 오늘날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의 거룩한 도피처가 되었다. 혹여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봐 눈치를 보며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정의는 침묵 속에서 피어나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른다면 기꺼이 스데반이 되어 돌 맞기를 주저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 비겁한 침묵의 시대에, 우리는 구순(九旬)의 나이에도 여전히 서슬 푸른 야성을 뿜어내는 한 목회자의 삶 앞에서 부끄러운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박조준 목사다.
어린 시절 이북에서 태어나 공산주의의 참상을 직접 경험했던 그는, 이후 영락교회 담임목사에 오르며 이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당시 그의 메시지는 전국 모든 신학생들의 선망 그 자체였다. 주일예배뿐 아니라 수요예배까지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3부까지 예배를 드려야 했을 정도니, 실로 말도 안 되는 역사적인 풍경이었다.
그가 그토록 강력한 울림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조준 목사에게는 군부도, 정부의 압박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목회자로서, 그리고 성경을 믿는 기독교인으로서 시대를 향해 할 말은 반드시 하는 사람이었다. 기독교 지도자라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그 어떤 눈치도 보지 않은 채 스스로 먼저 앞장서 진리를 외쳤다.
당연하게도 그를 향한 권력의 탄압은 지독하리만치 잔인했다. 지금까지도 의혹이 가득한 외화밀반출 사건은, 정권의 눈에 가시 같았던 그를 주저앉히기 위한 조직적 탄압이었다는 것이 오늘날의 유력한 관측이다. 그러나 돈과 힘은 그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었다. 그에게 하나님이 주신 기준은 오직 정의와 불의를 가르는 절대적 요인이었으며, 오직 성경과 믿음만이 그의 삶을 움직이는 유일한 나침반이었다. 1980년대라는 엄혹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가 군부에 반발하고 거리로 나서 목회자들을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 박조준 목사가, 다시금 맞이한 시대의 위기 앞에 또 한 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불의한 군부에 맞섰던 그의 청년 같은 목소리는, 오늘날 불법이 지배한 시대 앞에 잠든 국민들을 깨우는 호령이 되었다.
그는 여전히 권력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에게는 좌나 우의 이념이 중요치 않으며, 빨강과 파랑이라는 세상의 정치 색깔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박조준 목사의 판단 기준은 오직 하나, “이것이 하나님의 정의에 부합하는가 아닌가”뿐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의 시대가 하나님의 정의를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이 선 순간, 그에게는 그 어떤 고민도 타협도 없었다. 거침없이 시대를 향해 걸어 나와 목소리를 내는 그의 야성 가득한 결기는 90세라는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여전히 강력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허나 오늘날 우리네 목회자와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박조준 목사에게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비겁함도, 불의와 타협하는 자기합리화도, 세상이 정한 정치의 색도 없었다. 대신 그에게는 권력을 이겨낼 살아있는 신앙이 있었고, 정의만을 추구하는 절대적 신념과 하나님이 주신 순백의 진리가 있었다.
이 시대와 목회자, 그리고 교회가 박조준의 삶을 준엄하게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의 삶을 거울삼아 지금의 시대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 박조준의 눈이 무엇을 보았고, 그의 입이 무엇을 말했으며, 그의 귀는 어디에 귀 기울였는지를 깊이 복기해야 할 때다.
90세 청년 목회자가 온몸으로 써 내려가고 있는 이 거대한 교훈 앞에, 이제 교회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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