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전 세계 기독교 경악한 초혼제잊었나?

특정후보 간접적 지지 아니다" 제 발 저린 도둑의 커밍아웃?

 

[크기변환]a차진태 기자수첩.jpg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 기독교 역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 정권 들어서 총체적 위기를 보이는 국가적 혼란 앞에 이번 대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선택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중요 시국속에서도 정치질을 멈추지 않는 한국교회다. 대선이 한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한국교회의 내부는 정치적 계파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특정 후보를 겨냥해 무속 비선 정치시비를 걸고 있는 진보계의 행태는 이미 도를 심히 넘어선 모습이다. 근래 한 공중파에서 특정 후보 부인의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기독교 진보계는 일제히 비난성명을 발표하고 무속 정치타파를 외치고 있다.

 

지난 달 말 비선정치·무속정치를 염려하는 그리스도인 선언을 시작으로, 교계 진보 신학자 28인이 사이비 주술 정치 노름에 나라가 위태롭다는 성명을 냈고, 23일에는 NCCKYMCA무속 비선 정치가 주권재민의 공론장을 대신할 수 없다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또한 같은 날 '주술에 국민과 국가의 내일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는 제목의 기독교대한감리회 목회자 486인 선언이 발표됐다.

 

특히 한국교회 대표 연합기관을 자처하는 NCCK가 이러한 입장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단순한 종교적 비판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노골적이고, 정치적이며, 충분히 의도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비판과 의심의 바탕에는 교계 진보계가 그동안 무속에 대해 어떠한 거부감도 드러낸 적도 없으며, 오히려 매우 친밀하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WCC초혼제. 정현경 교수는 지난 1991년 호주 캔버라 제7WCC 총회에서 초혼 의식을 거행하며, 전 세계 기독교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WCC는 국내에서 예장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으로, 이들 교단은 동시에 NCCK에서도 함께 가입되어 있다. 그리고 WCCNCCK는 신앙고백을 공유하고 있다.

 

무속 행위에 가까운 초혼제 사건이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 보수 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발을 받았음에도 NCCK를 비롯한 이들 교단들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한국교회에 반WCC 정서가 완전히 뿌리내린 근저에는 바로 초혼제가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여기에 이어지는 NCCK나무아미타불 아멘사건은 종교혼합의 극치였다. 어쩌면 무속보다도 못한 행위조차 스스로 용납해 왔다. 또한 NCCK의 총무가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7대종단협의회에는 한국민족종교협의회가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그동안 NCCK와 서로 종교 간의 예우를 다해 왔다.

 

그런 상황에 NCCK를 비롯한 진보계가 대선을 코 앞에 두고 특정 후보의 무속을 문제 삼고 나오는 것이 결코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내로남불’, 사실 특정후보를 지지하건, 비판하건 그들의 자유지만, 자신들의 신념이나 과거마저 뒤집어 엎어가며, 이를 비판하는 행위에 교계가 그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다.

 

애초 무리한 비판이나 성명이기에 그 내용에 모순이 가득한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NCCKYMCA는 공동 성명에서 무속의 운명론적 세계관이 형성하는 심리적 강제력은,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해치고 공론의 장을 해체하거나 사유화한다. 미신과 무속에 기반한 사교의 정치적 본성은, 세속 권력자들을 숙주로 삼아 국정을 농단하고 권력을 사유화한다무속을 노골적이고,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결코 이웃 종교에 대한 배타적 시비도 아니며, 특정후보에 대한 간접적 지지도 아니며, 건전한 민족종교의 전통 문화에 대해 존중한다고 한발 빼고 있다.

 

참으로 복잡한 성명서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무속이 좋다는 것인가? 나쁘다는 것인가? 온갖 비난과 비판을 해놓고, 나중에는 존중한다는 결론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것인가? 그렇기에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스스로 언급한 특정 후보에 대한 간접적 지지가 아니다는 입장은 오히려 제발 저린 도둑의 커밍아웃에 가까워 보인다.

 

건전한 민족종교라고 했는가? 기독교 신학의 입장에서 건전한 무속은 무엇이며, 불량한 무속은 무엇인가? 스스로도 대답할 수 없는 문제제기는 그저 시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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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NCCK의 ‘무속’ 비판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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