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작년 연말쯤이었던가요? 유럽 코스테 측으로부터 강사 요청 공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송원석 비서목사를 통해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멀리 비행기를 타고 다녀오는 것도 부담스럽고, 젊은이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도 역시 어색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몇 주가 흘렀는데 갑자기 코스테 대표이신 한은선 목사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목소리라도 들어보려고 안부 전화를 드렸죠.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강사 결정이 다 되었습니까? 지금이라도 간다면 제가 설 자리가 비어 있습니까?” 그랬더니, “아이고, 소 목사님이 오신다고 말하면 얼마든지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제가 그 말씀을 듣고 갑자기 제 안에서 멋진 오해 혹은 거룩한 착각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몇 년 동안 쉬다가 작년부터 코스테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한번 가봐? 젊은 유학생들에게 말씀을 전하면 얼마나 소통이 되고 내 가슴속의 정열이 얼마나 전달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며칠 후 송원석 목사님을 통해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대신 저는 밤 집회 한 번 하고 낮 특강 목회자 세미나를 하는 대신에,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낮 특강은 홍윤기 목사님이 맡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코스테 본부에서는 얼마든지 좋다고 해서 홍윤기 목사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갔습니다.
제가 바쁜 중에도 말씀을 많이 준비해 가지고 갔습니다. 준비한 말씀을 잘 전달하게 된다면, 저나 유학생들에게 인생의 플롯 트위스트(plot twist,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간에 리부트(reboot)가 터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저도 오랜만에 가는 집회이기 때문에 제 사역의 신세계를 이루고 원정 V로그(Vlog)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시간의 제약이 있었습니다. 저 다음에 또 한 분의 스피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최 측에서는 저에게 미안했는지 10분 이상 더 하셔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아마 제가 늦게 간다고 해서 그렇게 스케줄이 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쩔 수 없이 준비해 간 말씀을 축약해서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젊은 유학생들과 소통을 나눌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첫날 저녁, 제가 집회의 포문을 열었던 것입니다. 제 안에 있는 젊음의 야성과 열정이 그들에게 순수하면서도 고스란하게 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너무 피곤해서 집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나왔지만, 제 메시지를 듣고 오래까지 남아 기도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튿날 저는 목회자 세미나를 통해 아무래도 닫혀 있을 수 있는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현대 목회 트렌드와 미래의 흐름을 이야기하며 그럴수록 생명을 붙잡고 가치를 붙잡고 무너져 가는 교회를 세워보자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회가 되는 대로 다른 분들의 메시지도 들었습니다. 역시 후배 목사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메시지는 대부분 단순하고 순수한 면이 많았습니다. 그 단순함과 순수함이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것도 보았습니다. 물론 순수하다 보면 앳되게 보이는 면이 있기도 했습니다. 순수함과 함께 폭이 넓고 지경이 광활한 면도 있어야겠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대로 좀 연륜이 많은 목사님들의 메시지를 들어보면, 역시 앳된 면은 보이지 않고 나름 노련하고 지경이 넓고 깊은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목요일 오전에는 홍윤기 목사님이 유학생들에게 특강을 하였는데, 아주 젊고 단순함을 유지하면서도 폭이 넓고 지경이 광활한 면이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제가 첫 안타를 쳤다면, 홍 목사님은 홈런을 친거죠. 저는 이번 코스테 집회를 통해서 “내가 더 젊어져야 되겠구나. 더 순수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장엄하고 폭이 넓고 더 지경이 광활한 설교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젊고도 웅장하며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지경이 넓고 광활한 설교 말입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수년 동안 가지 못했던 코스테 집회에 오랜만에 가서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강렬한 도전을 주었던 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고, 후배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고 또 선배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을 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더 순수하면서 깊이 있고 폭이 크며 광활하고 웅장한 설교를 하겠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