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지난 화요일 오전에 우리교회 평신도사역개발원 간사장, 교구 총무들과 함께 광교산 산행을 하였습니다. 과거에는 광교산 산행을 많이 하였지만 최근에는 대지산과 불곡산 그리고 교회 주변에 있는 죽현산을 자주 다녔습니다. 모처럼 오른 광교산 산행은 마치 주님과의 처음 사랑을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저는 시를 쓸 때마다 산행을 속세로부터의 엑소더스, 세속으로부터의 구별의 이미지로 쓰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산에 와서’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 너무도 오랜만에 와서 마음이 때 묻다 보니 / 몸도 함께 때에 묻혀 / 이리도 오랜만에 왔습니다 / 부끄럽습니다 / 쉴 새 없이 전화하고 / 사람 만나느라 / 분주하기만 했던 지난 삶들이 / 정결한 당신의 품 / 출애굽의 세계에 와보니 / 수줍기만 한 마음 / 견딜 수 없네요 /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 처음 사랑 / 그 초심을 회복하여 / 다시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광교산의 숲은 연둣빛으로 온산을 물들여 놓고 있었습니다. 마치 겨울의 무거운 외투를 벗어 놓은 자리에 아직은 너무 여리고 부드럽지만 그래도 모든 나무마다 연둣빛 잎새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금 있으면 짙은 초록으로 물들겠다는 굳은 결의가 느껴졌습니다. 4월의 바람은 아직 찼습니다. 그렇지만 가파른 고개 턱을 오를 때는 땀이 비 오듯 쏟아져서 그 찬 바람이 저에게는 마치 에어컨 바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연둣빛 나뭇잎새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저는 차마 점퍼를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점퍼를 입었더라면 흐르는 땀을 더 주체할 수가 없었겠지만요.
저는 교회로 돌아와서 수요예배 설교를 준비하고 야간 골프를 하였습니다. 골프장을 비추는 달빛보다 더 하얀 서치라이트에 비치는 잔디 역시 아직은 너무나 가냘프고 여렸습니다. 그 가냘픈 연둣빛 잔디를 밟고 다니는 것마저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잔디와 나무들을 향하여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면 연둣빛은 더 짙어질 것이다. 신록의 계절이 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잔디가 되고 잎사귀가 될 것이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니 바람 끝이 매서웠습니다. 그래도 저는 반팔을 입고 필드를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솟아오르는 연둣빛 잔디를 밟고 다닌다는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경기 후반에는 점퍼를 입고 카트를 타고 다녔습니다.

지나온 저의 삶을 돌이켜 봐도 연둣빛 시절이 있었습니다. 군산제일고등학교 재학 시 처음으로 교회를 다녔던 시절, 광주신학교를 다니던 중 광주민주화항쟁 때 금남로를 종횡무진하며 예배를 드리러 다녔던 그 풋풋했던 시절, 그리고 백암교회를 개척하며 당했던 그 고난의 순간순간들... 그때가 저의 연둣빛 첫사랑의 시절로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소강석이라는 연둣빛 잔디와 잎새를 밟고 밟아도 그 잔디는 더 푸르러졌고, 잎사귀는 실록의 색깔로 자랑스럽게 자라주었습니다. 평개원 사역자들과 산행을 하는데 저의 체력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장로님들과 야간 골프를 하는데 저의 체력이 가장 든든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105살을 살아오신 김형석 교수님의 고백에 의하면 돌이켜 보니 자신의 전성기는 65세 때부터 시작되었더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도 이제 인생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는 때입니다. 그 전성기를 누리는 동안 저는 언제나 눈이 부시도록 푸른 빛깔을 낼 것이며,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늙어도 빛깔이 청청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여전히 결실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시92:14) 비록 백설이 만건곤할지라도 저는 독약 청청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에도 저는 연둣빛 시절의 첫사랑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전체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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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연둣빛 숲속에서 첫사랑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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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연둣빛을 지니고 첫사랑의 설렘으로 하나님과 교회를 사랑하시는 목사님의 아직 오지 않은 전성기에 더욱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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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숲속에서 주님과의 첫사랑을 떠올리시는 목사님의 감성이 참 아름답습니다. 늘 푸른 청년의 열정으로 성도들 곁에서 독야청청하시길 늘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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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사역자들과의 산행 너무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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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서 목사님의 연둣빛 시절을 짐작하게 됩니다~ 그 첫 사랑의 마음으로 아직 이르지 않은 전성기를 맞이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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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향한 간절함.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마음이아닐까 합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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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산 속에서 첫마음이 회복되는 시간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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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시절을 잊지 않겠다는 고백이 큰 울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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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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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한 삶을 살아 가시는 목사님의 삶 속에 그 첫사랑의 마음이 늘 모든 걸음을 밝혀 주시길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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