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이 참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온 세계가 번영하여야 한다”
이 글은 지난 5월 26,27일 서울 새문안교회 제11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에서 “길을 잃은 세상, 길을 찾는 교회”를 주제로, 주강사 미로슬라브 볼프 교수가 강연한 ‘배제와 포용’ 중 제3강 ‘보편성의 도전’(The challenge of Universality)가운에 일부를 발췌 편집한 것이다. - 편집자 주.
온 세상과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장막/집(the home of God)이다! 간단히 말해서, 기독교 신학은 번영의 삶에 관한 바로 이런 비전에 기여하여야 한다. 집의 이미지가 아주 깊이 성경적이고 설득력도 있지만, 여러 세기 동안 신학자들은 번영의 삶에 관한 표현들을 체계화하기 위해 또한 다른 이미지들을 사용하였다.
“사도 바울의 서신들에 근거한 새 창조”, “요한계시록에 근거한 천상의 도성”, “예수의 선포에 근거한 하나님의 나라” 등이 좋은 예이다. 여기에서는 신약에 나오는 번영의 삶에 관한 비전의 한 변형을 하나님 나라 이미지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사용하여 번영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든 설명과, 번영의 삶에 관 한 거의 모든 기독교적 설명들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불쾌한 중요한 특징을 공유한다. 그 모든 설명들은 실질적이며 긍정적인 비전들로 보편적인 타당성을 주장한다. 번영의 삶에 관한 기독교적 비전은 모든 사람 하나하나와 온 세상을 다룬다. 인간성과 세상의 무성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바로 그 다양성 안에서 “새 창조”도 하나이며, “천상의 도시”도 하나이고, “하나님의 나라”도 하나이며, “하나님 집”도 하나이고, 그러므로 번영의 비전도 하나이다.
비전의 단일성은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그 비전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과 모든 생명은 상호의존적이다. 관계성으로 상호연결된 생태계를 표현하기 위한 집(home)이라는 이미지는 아마도 성경의 어떤 다른 이미지보다 적합하다. 한 사람이 참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온 세계가 번영하여야 한다. 온 세계가 참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그 안의 모든 사람이 번영하여야 하며, 모든 사람과 온 세계가 참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각각 자기 나름대로 모두 다함께 생명을 주시는 하나 님의 임재 안에서 살아야 한다.
번영의 삶에 관한 기독교적 설명 중 어떤 핵심 요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로 하여금 다원적 상황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공동선을 추구하도록 허용하는가? 그리고 그런 주장이 모든 인간과 온 세상에 해당되는 주장이긴 하지만 일부에서 그렇게 주장 하기 때문에라도 여전히 허용하는가?
첫째, 삼위일체적 단일신론(trinitarian monotheism). 어떤 이들은 단일신론 (monotheism)이 가장 폭력적인 형태의 종교이라고 주장한다. 비합리성으로 인해 모든 종교들은 폭력적이라고 추정들 한다. 이런 이야기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 하나님의 유일성이 보편적인 동일성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분 하나님은 세상의 일치성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세계 안의 믿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성의 근원이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한 분 하나님은 거룩한 삼위일체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은 내적으로 구별된다. 상이성(differences)은 일치성(unity)에 이차적이거나 후차적인 것이 아니며. 상이성과 일치성은 동일하게 근원적인 것이다.
둘째, 무조건적 사랑의 하나님(God of unconditional love). 하나님은 단지 전능 한 힘이 아니시다. 또한 하나님은 단지 보편적인 법제정가도 아니시다. 하나님의 중심 속성은 무조건적 사랑이다. 창조주로서 하나님은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신다. 하나님은 만물이 존재하도록 생성하시고 계속 존재하도록 하신다. 하나님의 힘은 지지력 또는 속박력으로서 처음에 외부로 부터 피조물에게로 주어지지 않는다. 피조물과 관련하여 하나님의 힘은 우선 피조물의 존재의 힘이며, 피조물의 정체성과 관계성을 형성한다. 하나님은 통치자요, 구속자로서 또한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신다. 하나님의 법은 힘과 영광에 굶주린 통치자가 자의적으로 부과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순종이 있든 없든 항상 이미 가장 지고하신 분이시다. 하나님의 법은 하나님의 사랑이 드러나는 하나의 모습일 뿐이다. 인간이 사랑의 법을 따라 살아가지 못할 때조차도, 하나님 은 세계를 고치시고 본래 의도된 충만함에로 나아가게 하신다. 그래서 세계는 하나님 이 창조하셨던 대로의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집과 하나님의 집이 하나가 된다.
셋째, 세상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the light of the world). 요한 복음의 주장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성육신한 말씀으로서, 만물은 그분을 통해 존재하고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의 빛이시다. 그리스도인들이 소유하든 비그리스 도인들이 소유하든, 모든 빛과 모든 진리는 말씀의 빛이며,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빛이다. 이것 역시 단일신론의 결과이다. 그리스도가 선포하신 번영의 삶에 관한 진리는 모든 사람을 위함이나, 모든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 그러한 진리를 항상 소유한다. 모든 사람은 순교자 유스티누스(Justin Martyr)가 유명하게 명명한 “말씀의 씨앗들”(seeds of the Word)을 지닌다. 달리 될 수는 없으니 만일 신적 삼위일체의 하나 인 말씀이 만물의 창조주라면, 모든 참된 통찰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신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 어느 곳에서나 추구되고 발견되는 모든 진리는 우리를 궁극적으로 그리스도께로 인도한다.
넷째, 하나님의 통치와 인간의 통치의 구별(distinction between God’s rule and human rule). 단일신론은 서로 관련은 있더라도 범주적으로는 구별되는 두 영역, 초월적 영역과 세속적 영역을 함축하며, 초월적 영역이 절대 우위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충성인 종교는 특정한 국가에 대한 충성인 정치와는 구별되는, 그렇지만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는 “문화 체계”(cultural system)이다. 기독교 신앙이 정치적 공간 안으로 들어오면 정치적 공간은 항상 다원적이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께 일차적인 충성을 보이는 개인 또는 공동체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공동체는 일차적인 충성을 국가에게나 국제 적인 초국가에게 보이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의 한 분이신 하나님에게 보이는 공동 체들로 구성된 느슨한 국제 연결망이다. 정치적 다원주의와 초국가주의는 번영의 삶의 기독교적 비전에 잘 들어맞는다.
다섯째, 모든 인간의 도덕적 평등(moral equality of all human beings).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모든 인간을 창조하셨고 그리스도는 오셔서 하나님의 보편 적인 통치를 선언하셨다. 하나님의 주요한 명령은 하나님과 이웃, 원수를 포함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다. 모든 사람은 동일한 권리 들과 도덕적 의무들을 지닌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이러한 의무들에 미치지 못하였다. 기독교 신앙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도덕적인 면에서 동일한 처지에 놓여 있다.
여섯째, 종교와 무종교의 자유(freedom of religion and a-religion). “와서 나를 따르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은 이 부르심을 듣는 개인이 따르든지 아니든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음을 전제한다. 신앙이 자유롭게 받아들여지는지 아닌지에 관해서는 아주 이른 초기부터 분명했다. 누구든지 마음으로(with the heart ) 믿는다. 주위 영향들에 겉으로 순응하는 자세가 아니라 그리고 압도적인 강제력의 지지를 받는 외적인 명령들에 반응하는 식으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의 가장 중심에서 믿는 것이다. 신앙을 자유롭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의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확신이 담겨있다.
이러한 여섯 가지 핵심요소, 원칙 원리들이 기독교 신앙의 기초라고 우리는 주장한 다. 이 원칙들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기독교적 확신들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적 확신들 때문에 다원적 사회들 안에서 존중의 문화를 육성할 수 있으며, 특정한 보편주의들을 위한 공간을 형성하는 존중의 정치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간 안에서 우리는 서로 함께 지적으로 논쟁하면서 진리를 추구하는 공간, 또한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적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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