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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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트리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약 3백 년 전 종교개혁 이후 어느 시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1605년에 독일 엘자스 지방(현재 프랑스령)에서 밤에 전나무에 과자나 사과를 매달았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슈트라스부르크에서의 기록에 따르면, 트리를 색종이로 치장하고 사탕과 빵을 매달았다고 한다. 이후 하르츠 지방 등지에서 나무를 장식하는 기법이 발전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무에 불을 켠 초를 매다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유럽의 12월. 짐승들은 동면에 들고, 거의 모든 식물들은 잎을 떨어트린다. 엄동설한에서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전나무, 당회, 두송, 소나무, 황양나무(회양목)는 생명의 상징처럼 보이게 마련이었다.  
동지는 연중 낮이 가장 짧은 날이지만, 뒤집으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요,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날이기도 했다. 고대로부터 동지는 빛의 탄생일로 여겨왔다. 숲에서 전나무 가지를 꺾어와 문설주와 방 안을 치장하는 것은  숲의 정기를 받아들이자는 노릇이었다. 푸르름은 병을 고치고 생명력을 나누어주는 힘이기에. 로마인들은 고대로부터 계절이 변할 때면 월계수 가지를 문틀에 장식했었다.
크리스마스에 전나무 가지를 사람의 몸에 문지르거나 두들기는 것은 푸른 가지의 생명력이 재앙을 물리치고 축복을 가져 오게 한다고 믿어서였다.
성 니코라우스(산타크로스)의 시종이 버들가지로 버릇없는 아이를 두들기는 풍습이 있어 아이들이 두려워했지만, 원래는 아이가 잘 자라도록 생명력을 주기 위한 몸짓이었단다. 버들가지도 전나무 못지않은 생명력을 지녔다고 여겨, 부모와 자식이나 연인끼리가 그렇게 했다. 부활절과 성령강림절에는 창틀이나 문을 나뭇가지로 장식하고, 가축을 목장으로 내보낼 때는 그들의 등을 나뭇가지로 두들겼다. 이렇게 크리스마스에 전나무 가지로 집 안팎을 치장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유럽전역에 번져갔다.   
1708년 하르츠 공의 딸 리제롯이 오를레앙의 대공비가 되어 파리에서 살게 되면서 쓴 편지 가운데, 크리스마스 장식에 대한 기록이 전해진다.  
“책상을 제단처럼 정돈하고, 새로 장만한 옷가지와 은제품, 인형, 사탕과자를 간추려 장식합니다. 책상에 황양나무를 설치하고 가지마다에 양초를 고정시키고 불을 붙이면 아주 멋지게 된답니다.”
부군 아르레안 대공과 사이가 멀어진 여인은 태어난 하이델베르크의 옛일을 추억하며 독일에 있는 딸에게 많은 편지를 써 보낸 것이 용하게도 당시의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전해주는 기록이 된 것이다. 전나무 말고도 황양나무나 당회나무도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기 전에는 피라미데라 불리는 특별한 촛대가 있었다. 굵은 촛대에 나뭇가지 모앙으로 여러 개의 작은 촛대를 꽂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것을 본받아 궁정과 귀족의 저택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연회장에서도 상록수가지에 촛불을 장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디어는 곧 바이에른, 하노버, 오스트리아, 프랑스등지로 번져간다. 대공비 리제롯이 파리에서의 유행에 한몫 했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얼마 후 신대륙으로 건너간 전나무 크리스마스 트리는 세계 곳곳으로 번져가서 크리스마스의 상징처럼 되기에 이른다.
중세의 아시시의 프란시스코는 처음으로 베들레헴에서 탄생한 아기 예수를 뉘인 구유를 떠받든 장본인이다. 이후 구유가 크리스마스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부시게 발전하게 된 것은 종교개혁 이후 복음파가 조성한 풍조에 힘입은 바가 컸다. 가톨릭에서도 수목을 숭상하는 전통이 있어왔지만, 수목에 장식물을 매다는 원시 게르만의 주술행위는 이교적 습속이라며 금지하고 있던 터였다.
게르만에서는 땅속 깊이 뿌리를 뻗어 하늘까지 닿는 거대한 나무에 관한 신화가 있었다. 이 나무를 이그드라실이라 일컬었다. 숭상하는 나무 아래에 모여서 신들에게 기도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나무는 부족과 가족이 융합케 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수목의 왕성한 생명력과 지속성은 외경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그러는 사이 나무는 성서의 생명의 나무와 연관되고 마침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도 연결되었다. 훗날 가톨릭에서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수용하게 된다. 촛불을 비롯한 화려한 장식은 금했지만.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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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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