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1월 21일, 한신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생명의 하나님. 사랑으로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를 주제로 제71차 총회를 진행하였다. 총회는 ‘지구생명공동체’의 위기와 함께 한반도의 경제, 정치, 평화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절감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선정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모든 피조물을 향한 사랑이다. 서구 기독교 문명의 세계관에 기초하여 지난 수 세기 동안 인류는 하나님의 사랑을 독점하는 존재인 양 자만했다. 공장생산이 본격화된 이후 경제, 문화, 사회는 급격히 성장했지만, 그 결과는 생명의 망의 파괴로 이어졌다. ‘1.5℃’로 표상되는 기후 위기는 생태계의 위기이자 인간의 위기이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 대학살’은 가장 먼저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다. 우리는 탄소중립과 탈성장을 기조로 한 기후정의를 최우선 과제로 선언한다.
우리는 국가와 기업이 핵발전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사회적 합의를 시행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포함하는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천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위험에 처해 있다. 치수는 예로부터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음에도, 우리는 올해 여름에 관리의 부재로 인한 홍수를 당했고, 그로 인한 인명의 희생을 경험했다. 악몽이 채가시기도 전에 이태원에서 일어난 10.29 참사를 당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와 함께 ‘국가의 부재’가 원인이었다. 사회나 국가는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지킨다는 믿음이 전제된 시스템이다. 단순한 관리 시스템의 부재는 ‘국가의 부재’로 이어졌다.
우리는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무시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의민주제는 숙의 민주제가 전제되어 있음을 깨닫기를 바란다. 주권은 정치권력자들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 달리 한반도는 매우 위태하다. 전략자산을 동원한 대규모의 대북 적대적 군사훈련과 한미일 군사협력의 귀결은 든든한 안보가 아니라 오히려 신냉전질서를 강화하며 전쟁 위기의 고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이 비대칭 전력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군사적 자극은 북한의 핵무장과 벼랑 끝 전술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전략의 실패는 외교적 실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 이제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군사적 충돌은 지구촌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악재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 협정을 위해서 세계교회와 함께 더욱 노력할 것이다.
노동의 위기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노동을 임금과 교환한다. 따라서 노동의 본질은 전적으로 인격적 행위이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일터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고 노동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함은 당연한 배려이며 인간 됨의 의무인 동시에,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함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완화나 노동권의 행사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같은 비인격적 행위가 당연시되고 있다. 노동 현장이 세월호와 이태원 같은 참사의 현장이 되기를 바라는 것인가.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개정함으로써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여성, 소수자, 이주민, 난민, 장애인에 대한 비인격적 행위도 점차 증대되는 상황이다. 세대와 계층 사이의 혐오 문제도 결국 비인격적, 비인간적 행위의 파생물이다.
우리는 노동의 위기를 인간성의 위기로 진단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곧 정치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해충돌을 조정하고 시민들의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민생정치가 실종된 현실 속에서 정쟁과 참사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지키시듯, 사람은 서로를 지키며 존재한다. 사람을 지키는 일이란 정의와 평화의 길이며,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다. 사람과 생명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사라진 순간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성경이 증언하듯이 땅이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복합적 위기 속에서 참담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사도’(邪道)에 기대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를 중단하고, 마땅히 걸어야 할 민의(民意)의 정도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위기의 타개는 하나님의 심판을 선언함에서 시작한다.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라는 외침은 그리스도인의 참된 회개에서 시작된다.
2022년 11월 2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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