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규 목사(대림다문화센터 대표, 연합교회 담임)
세계에는 수많은 불가사의한 건축물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중국의 만리장성은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성벽의 높이와 두께,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이어지는 길이는 그 규모만으로도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비행기로 약 7시간을 이동해야 그 일부를 볼 수 있을 정도라는 말이 있을 만큼, 그 웅장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만리장성은 어떤 적도 쉽게 넘볼 수 없도록 견고하게 축조된 성이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침략을 받았지만, 적군이 성벽을 넘어 점령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결국 만리장성은 무너지지 않는 성이 아니었다. 적이 문지기를 뇌물로 매수했고, 그가 성문을 열어 주면서 견고했던 방어선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가장 큰 약점은 성벽이 아니라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해 준다. 아무리 견고한 성이라도 내부의 작은 균열 하나가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나라 안팎의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증오의 성을 쌓고 있으며, 지역은 동과 서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같은 민족임에도 남과 북은 여전히 대치하고 있고, 세대와 계층 간의 갈등 또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반드시 간직해야 할 가치가 있다. 그것은 화합과 연합, 그리고 평화이다. 만리장성도 보이지 않는 내부의 허점 때문에 무너졌듯이, 아무리 강한 국가와 사회도 분열과 불신이 깊어지면 결국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화합과 연합을 이루어 간다면, 그 힘은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향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쌓고 있는 성에는 혹시 결정적인 허점이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이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화합과 연합, 그리고 평화는 시대가 변해도 결코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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