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택 교수(전 강서대 총장)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에서 임명된 방송통신위원장 3명 전원을 탄핵 대상에 올리며 정부 여당과의 공영방송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야당이 8월 1일 공동발의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은 그의 위원장 임명 하루 만에 시작된 것으로 2일 표결에서 가결했다. 앞서 발의됐던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 이상인 전 위원장(직)은 표결 전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로써 방송·통신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는 ‘식물 조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들어 이진숙 위원장을 포함해 탄핵 대상 인사는 14명(18건)으로, 이상민 장관과 방통위원장·방통위 직무대행 등 4명, 검사 9명이었다(검사 2명 자진철회). 이 정도면 ‘습관성 탄핵중독증’이다. 그리고 탄핵의 종착지는 대통령이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헌재로부터 단 한건도 인용받지 못함에도 계속되는 야당의 무분멸한 탄핵시도는 다분히 계산된 정치 공세로 볼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당연히 예상되는 법안들도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여 지금까지 15번의 거부권을 유도한 것 역시, 이를 미리 염두에 둔 야당의 의도적 도발로 보는 것이 국민적 정서이다. 당연히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탄핵은 당사자가 헌법에 준하는 확인된 중대한 범죄를 근거로 입법부가 국민적 심판을 가하는 일종의 헌법적 강제 기능이다. 그러므로 탄핵 시도는 매우 신중하고 진지해야 하며, 마지막 불가피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의 발의한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된 경우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복하는 것은 나름대로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에게 탄핵 만큼 위협적인 수단도 없다. 탄핵은 해당자들을 압박하여 민주당에 불리한 결정이나 조치를 하지 못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탄핵에 대해 그 어떤 공직자도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국민적 동의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야당의 탄핵 시도는 지지자들의 이탈 방지와 결집을 위한 무리한 시도일 뿐이다. 아직 멀리 있는 총선에 지금 국민적 우려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며, 현실적으로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야당에게서는 마치 마약과 같은 내성과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무분별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지금의 거부권 행사는 마치 야당이 그렇게 하라고 유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뻔히 거부권 행사를 예상하면서도 강행하는 것은 잦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반발심리가 무분별한 탄핵의 부당함을 가려 줄 것이고, 거부권을 집중 공격함으로 탄핵 시도에 대한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탄핵으로 굳이 당사자를 그 자리에서 내쫒지 않더라도, 야당에 불리한 행정, 수사, 판결, 조치하는 공직자들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야당으로서는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탄핵 카드는 그들을 움츠러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야당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탄핵에서 돌아온 그들의 가지게 될 반발과 무분별한 탄핵을 바라보는 국민적 정서이다. 계속된 탄핵은 대상 기관의 집단 반발과 순수성을 의심한 국민적 저항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탄핵의 부메랑 효과는 그 어떤 것보다도 크다. 여야 정치세력이 연대하여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효과는 보수정권의 궤멸과 대적 불가한 진보정권의 탄생을 가져왔다. 반면 한나라당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실패는 그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가져왔다. 그 만큼 탄핵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어느 한 축은 거의 궤멸적 타격을 입는다. 이런 경험들이 탄핵을 전가의 보도로 여기는 정치판이 되었고, 다른 쪽에서는 그 탄핵의 부메랑 효과를 고대하고 있다. 이런 정치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입법 폭주와 이에 맞서는 거부권의 쳇바퀴 돌기, 이런 정치에는 진실이 없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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