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호 목사(한국에흐예언약학회 회장)

성경은 인간의 구원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사실을 먼저 보여 준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죄를 깨닫는 일이 구원의 시작이 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자신의 죄를 보지 못하면 하나님께 돌아올 이유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은 죄를 깨닫는 일을 매우 중요한 은혜로 말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인간은 자신의 죄를 쉽게 깨닫지 못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잘못은 쉽게 보면서도 자신의 잘못은 잘 보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깊이 돌아보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
성경은 이러한 인간의 모습을 죄의 어둠으로 설명한다. 죄는 단순히 잘못된 행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생각을 흐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자신의 죄를 쉽게 보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마음속에 있는 자기 의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은 정당하다고 여기기 쉽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보다 변명하거나 정당화하려 한다. 성경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반복해서 나타난다. 아담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보다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인간의 타락 이후 이러한 모습은 계속 이어져 왔다.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이 죄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사실을 점점 느끼지 못하게 된다. 죄는 인간의 마음을 무디게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래서 성경은 인간이 자신의 죄를 깨닫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힘만으로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죄를 깨닫는 일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이다.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비추신다.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사람은 말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드러낸다고 말씀한다.
예수님 역시 인간의 마음을 향해 말씀하셨다. 사람의 겉모습보다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과 욕망이 인간을 더럽힌다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은 인간의 외적인 행동을 넘어 그 마음 깊은 곳을 드러내는 말씀이었다.
이러한 말씀 앞에서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하나님 앞에서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그래서 죄를 깨닫는 일은 회개의 시작이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십자가는 인간의 죄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 주는 사건이다. 동시에 하나님께서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보여 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인간을 정죄하기 위해 십자가를 세우신 것이 아니라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준비하셨다.
그래서 사람이 십자가를 바라볼 때 두 가지를 동시에 보게 된다. 하나는 자신의 죄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베푸신 사랑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보일 때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깊은 변화가 시작된다.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죄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인간을 절망으로 몰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은혜이다. 자신의 죄를 깨닫는 사람은 하나님께 돌아가고 싶어지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사람은 하나님을 신뢰하게 된다.
이것이 죄를 깨닫는 은혜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마음을 말씀으로 비추시고, 십자가를 통해 자신의 죄를 바라보게 하신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인간은 하나님께 돌아오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므로 죄를 깨닫는 일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은혜이다. 그것은 인간을 정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기 위한 은혜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인간이 자신의 죄를 깨닫고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기다리신다.
성경의 구원의 이야기는 이렇게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인간의 삶을 비추시고, 십자가를 통해 죄를 드러내신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인간은 하나님께 돌아오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성경이 말하는 구원의 길은 언제나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자신의 죄를 깨닫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은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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