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만섭 목사(화평교회)
지난 8월 15일은 우리나라 국경일 가운데 매우 중요한 날이다. 79년 전 광복을 맞은 날이고, 76년 전 대한민국 정부를 세워 사실상의 건국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이런 중요한 행사에서 늘 빠지지 않던 ‘광복회’가 정부 행사에 불참하고, 자기들끼리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광복회가 만들어진 1965년 이후에 처음 일어난 기이한 사건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최근에 새로 임명된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싼 논쟁이다. 광복회장인 이종찬 씨는 신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반대하였다. 그가 뉴라이트 친일 사관을 가졌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를 뉴라이트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광복회장은 정부의 건국절 제정 추진 불가 방침을 밝히라고 하였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건국절은 애초에 검토하지도 않았고, 그럴 의사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랬더니 김 관장의 사퇴를 들고 나왔다. 이를 정부에서 거절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부정적인 여러 언론의 보도도 눈길을 끈다.
결국 광복회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정부의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는 대신, 자기와 함께하는 단체들과 야당 국회의원 100여 명과 함께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별도의 행사를 치루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자리에서 현 대통령을 물러나라는 타도의 목소리도 있었다. 현 대통령을 일본 총독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 마당이니, 그런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건국에 대한 시각이 달라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광복회장 등은 1919년 4월 중국 상해 임시정부와 9월의 상해임시정부, 한성정부, 노령정부의 통합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건국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때의 정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정부였고, 특히 근대 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한 영토, 국민, 주권이 없었으므로 제대로 된 건국(建國)의 원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가 일본에 의하여 주권과 영토를 빼앗기고, 심지어 국민들의 이름조차도 일본식으로 지어지는 마당에, 그것도 남의 나라 한 모퉁이에서 임시로 세워진 것을 온전한 정부나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일본의 강제와 침략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1945년 해방될 때까지 조국의 해방을 위하여 싸웠는가?
그런데 광복회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뉴라이트’로 몰아세우면서, 뉴라이트 판별법 9가지를 발표했는데, 그중에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부르는 것, 1948년을 ‘건국절’로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숨은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인정하면, 김구 등 상해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빛을 잃기 때문이다. 또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으로 인정하면 그전의 임시정부 활동들이 묻힌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1919년 상해에서의 대통령도 이승만이었고, 1948년 8월 15일 세워진 건국 정부에서의 대통령도 이승만이었다. 그러므로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지칭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 등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독립운동가들뿐만 아니라, 순국선열과 애국자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 모두의 희생과 헌신을 국민들은 결코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건국에 대한 것은 좀 생각해 봐야 한다. 국가가 되려면 앞에서도 설명한 대로 국민, 주권, 영토 등을 갖추어야 하고, 또 국민들의 지지와 총의(總意)를 모아야 한다. 1948년 8월 15일 세워진 대한민국은 완전한 국가를 이루기 위하여, 그해 5월 10일 국민 총선거와 7월 17일 헌법제정과 대통령을 선출하고, 공식적으로 국가를 이룬 것이다. 이를 후에 유엔으로부터 한반도 유일의 합법적인 정부로 승인을 받았다.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1948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국가, 즉 국민이 주권을 갖는 국가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전에는 왕이나 황제가 다스리는 전통적인 전제주의 국가였다. 그것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국가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1948년 8월 15일에 공포한 국가야말로, ‘건국’(建國)이 아닌가!
광복회를 이끄는 정신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포용하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화합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동이불화(同而不和)라는 말이 있다. 분별없이 동조하고 이익을 좇고 반대편을 무시하고 편 가르기에 몰입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의 존망 앞에 초개같이 목숨을 버렸던 선조들이 오늘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