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헌일 박사(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신생명나무교회 목사)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제2항은 정교분리원칙인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근대 민주주의가 수많은 종교 전쟁과 권력 유착의 폐해를 겪으며 세운 인류의 지혜이자 국가의 근본 규범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는 2025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전후하여 통일교와 신천지 등,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이들 집단이 정치권과 결탁하여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직면해 있다.
사법부가 12·3 비상계엄을 '반헌법적 내란'으로 규정한 가운데, 국정 운영 과정에서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이단세력의 금권 로비와 조직적 선거 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다. 이제 우리는 정교분리 원칙의 본질을 재확인하고,종교의 탈을 쓴 이단 집단의 정치세력화 시도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엄중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 의무와 함께 종교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종교를 정치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종교가 결탁하여 시민의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 되었다.
16세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 Luther)는 복음으로 양심을 다스리는 '영적 정부'와 법과 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세속 정부'를 구분하는 '두 정부론'을 전개했다. 존 칼빈(J.Calvin) 역시 이 두 정부가 구별되지만 상호 보완적이어야 함을 강조하며, 종교가 직접 정치를 장악하는 대신 양심적인 시민을 양성하여 정치를 바르게 이끌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현대적 의미의 정교분리는 17세기 유럽의 국가교회 체제에서 탄압받던 개신교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며 제도화되었다. 1791년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즉 국가가 특정 종교를 보호하거나 설립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종교와 정치의 제도적 결탁을 막는 분리의 벽을 세웠다.
오늘날 문제가 되는 '정교유착'은 신앙적 가치의 실현이 아니라, 종교를 빙자한 사익 추구와 권력 장악의 형태를 띠고 있다.
특정 이단 단체들은 비영리법인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신도 명단을 제공하거나 조직적 투표를 독려(공직선거법 제9조 위반)하고, 정치인에게 대가성 뇌물을 제공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러한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와 국가가 각자의 고유한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울타리다. 종교는 정치 권력의 도움이 없어도 그 자체의 고유한 진리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생명력을 지속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며, 정치는 종교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본분을 다해, 정통교회와 사이비.이단이 왜 다른지 우리 사회에 분명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미가 6:8)이야말로 정교분리 시대에 종교가 나아가야 할 참된 길이다. 우리 모두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종교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주의와 신앙의 자유가 꽃피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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