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도 대화와 중재로 합의 도출
- “법적 다툼보다 신뢰와 소통이 중요”
재개발 사업으로 교회와 조합 간 갈등이 심화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 정릉골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구역에 위치한 정릉 안디옥교회(담임 안연수 목사)가 조합 측과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며 교회 재개발 문제의 새로운 해결 사례를 남겼다.
특히 이번 합의는 이미 관리처분인가가 완료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적으로 추가적인 권리나 보상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합과 교회, 그리고 중재자들이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이어가면서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는 정릉골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임동하 조합장의 대승적인 결단과 함께 김철원 장로(예장합동 재개발건축위원회 전문위원), 김정환 목사(한기총 전 사무총장) 등의 중재와 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동하 조합장은 안디옥교회의 상황과 안연수 목사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교회가 지역에서 목회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가능한 방안을 찾는 데 힘을 기울였다.
임 조합장은 “안연수 목사님의 건강이 많이 악화된 상태에서 오랫동안 지역을 지키며 목회해 오신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었다”며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이 많았지만, 구역 내 다른 종교시설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쌓인 신뢰도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장의 권한 행사에 따른 법적 부담 역시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사진과 조합원들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주었기에 교회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회는 꼼짝없이 강제집행 등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이 때 김정환 목사가 교회와 조합 사이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정환 목사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마지막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김철원 장로님을 비롯해 여러 분들이 함께해 주셨기에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믿음으로 잘 견뎌주신 안연수 목사님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일이 재개발 과정에서 교회와 조합이 서로를 적대적인 관계로 바라보기보다 대화와 이해를 통해 함께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연수 목사 역시 이번 합의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안 목사는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고 재개발과 관련해 진행되는 모든 과정이 막막하게 느껴졌다”며 “그럼에도 조합과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배려해 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 참여한 예장합동 재개발건축위원회 전문위원 김철원 장로는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이 교회의 상황을 고려해 합의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 장로는 “여러 재개발 현장을 다녀봤지만 관리처분 단계까지 진행된 이후 조합이 교회의 상황을 고려해 대승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교회의 신앙공동체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이웃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결단해 준 임동하 조합장과 조합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김 장로는 이번 사례를 놓고 재개발 과정에서 교회와 조합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분명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봤다. 재개발 현장에서는 보상이나 권리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교회와 조합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정릉 안디옥교회의 경우 법적 대응을 우선하기보다 당사자 간 대화와 중재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임동하 조합장은 “변호사 등 외부 법률 전문가가 협상 과정에 깊이 개입하면 양측의 입장이 법적 주장 중심으로 굳어져 실제적인 대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교회와 조합이 서로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원 장로 역시 “재개발 문제에서 법적 대응은 필요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처음부터 법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초기 단계부터 조합과 교회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면 상당수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정릉 안디옥교회 사례는 재개발 과정에서 교회와 조합이 반드시 대립적인 관계에 놓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교회가 조합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조합 역시 교회를 단순한 사업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바라볼 때 상호 수용 가능한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교회의 협력과 신뢰, 중재자들의 지속적인 소통, 조합의 배려와 결단이 함께 작용했다는 점에서 향후 재개발을 앞둔 교회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교회와 조합 간의 갈등 역시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릉 안디옥교회와 정릉골구역 조합의 이번 합의가 법적 분쟁에 앞서 대화와 상생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하나의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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