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7회 정기총회가 남긴 과제… 시스템 구축과 대의 민주주의 회복이 열쇠
대한예수교장로회 중앙총회(총회장 신혜숙 목사)가 지난 3일 서울 월계동 총회본부에서 제57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별도의 선거 없이 산재한 안건들을 처리하는 행정총회로 열렸으나, 현장의 열기와 논의의 밀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해 새롭게 들어선 신혜숙 총회장 리더십의 안착 여부를 평가하는 자리이자, 고(故) 백기환 총회장 사후 혼란과 고소·고발로 얼룩졌던 수습 기간을 거쳐 '제3기'를 맞이한 중앙총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조명하는 분수령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장에서는 최근 교단을 혼란케 한 교단지 사태를 비롯해 전 행정부총회장 징계, 신학노회 관련 문제 등 예민한 사안들이 일시에 표출됐다. 자칫 불미스러운 충돌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기의 순간도 있었으나, 총회원들은 특유의 '임마누엘 정신'과 설립자로부터 물려받은 성숙한 민주 의식을 바탕으로 지혜롭게 상황을 수습했다. 그러나 개혁 성공 이후 더욱 강건한 교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 역시 분명히 확인된 자리였다.
우선은 시스템과 조직 체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다. 현재 총회 조직은 과거 설립자 1인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운영되던 구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년마다 총회장과 임원진이 교체되는 현 체제에서는 특정 인물의 리더십보다는, 어떤 리더십이 서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시스템'이 안착되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태다. 무엇보다 과거에 정착된 자리 배분용 명예직을 과감히 정리하고, 실질적인 역할과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조직 체계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장로교 ‘대의 민주주의’ 가치의 회복도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성숙한 대의 민주주의 모델로 꼽히는 장로교 총회의 본질은, 총회원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절차적 정당성에 있다. 그러나 이번 총회 진행 과정에서는 이러한 민주적 회의 운용의 묘미가 다소 소실된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불거진 교단지 사태 역시 교단 언론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논의가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교단지는 단순한 소식지를 넘어 교단의 얼굴이다. 보도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해당 보도가 교단 전체에 미칠 파장과 수습의 실익을 엄밀히 계산해야 한다. 외부에 알려 얻는 실익보다 내부적으로 수습하여 얻는 이익을 우선시하는 절제가 일반 초교파지와 교단지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인 셈이다. 더욱이 해당 보도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려는 듯한 지금의 분위기는 애초 의도했던 언론의 정의감마저 퇴색되게 한다.
예장중앙은 한국교회 개혁의 상징적 교단이다. 여성 안수가 금지되던 시절 과감히 여성 안수를 단행했던 고 백기환 총회장의 결단은 한국 기독교 부흥의 결정적 단초가 됐다. 설립자 사후 교단 침탈 세력에 맞서 아래로부터 일어난 개혁의 외침 또한 한국 교회사에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중앙처럼 개혁하라'는 구호는 교단 구성원 모두가 자긍심을 가질 만한 유산이다.
그런 만큼 '어머니 리더십'으로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며 류금순-이영희-신혜숙으로 이어지는 리더십을 성공적으로 계승해 온 신혜숙 총회장의 향후 행보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중앙의 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롭게 생겨나는 교단 내 파벌과 대립을 완벽히 종식하고 교단 전체의 참된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하나님께서 이 시기에 세우신 적임자임을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증명해 내는 것, 이것이 예장중앙의 제3기 리더인 신혜숙 총회장이 마주한 또다른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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