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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리는 탐나고 의무는 무겁나… ‘체리피킹’ 행태에 퇴색된 한교총 순번제

  • 차진태 기자
  • 입력 2026.10.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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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가까이 회의 불참하다 '수장 자리' 순번 오자 슬그머니 복귀한 예장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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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한교총 상임회장단 회의를 외면하다, 대표회장 순번을 앞두고 정기총회 직전 상임회장단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예장통합 측. (사진 가운데 권위영 총회장)
 

 오는 12월 4일 제10회 정기총회를 앞둔 한국교회 최대 연합단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과거의 공동대표제로 회귀할 것인가를 두고 회원 교단 간 이견이 첨예하게 맞서며,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백석총회는 공동대표제로 회귀할 시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공표하며 대립각을 키우고 있다.

 

그런 중에도 이번 총회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가장 큰 시선은 단연 차기 대표회장 선출에 쏠려 있다. 그동안 한교총은 내부 선거 과열을 막고 연합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주요 교단 간 '순번제'를 암묵적 룰로 적용해 운영해 왔다.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연합과 양보라는 아름다운 취지 속에서 지켜져 온 오랜 약속이었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특정 교단의 행태는 이러한 순번제의 본래적 의미를 퇴색시키다 못해 씁쓸함마저 자아낸다. 지난 7일, 예장통합 측은 임원회를 열고 총회장 권위영 목사를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의했다. 순번제대로라면 이번 회기가 통합 측 차례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그동안 통합 측이 보여준 이기적인 태도다. 한교총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 측은 지난 한 회기 동안 한교총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인 상임회장단 회의에 단 한 차례만 참석했을 뿐, 이후 연합 사업과 회의를 사실상 철저히 외면해 왔다. 연합단체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다해야 할 기본적 의무조차 팽개쳐 둔 셈이다.

 

그랬던 교단이 자신들의 대표회장 순번이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 후보 추천을 결의하고, 지난 8일 한교총 상임회장단 회의에 슬그머니 얼굴을 비췄다. 1년 가까이 외면하던 자리에 '수장' 자리를 챙기기 위해서만 모습을 드러낸 속내가 너무나 뻔히 보인다.

 

자신들이 리더 자리에 오를 때만 열의를 보이고, 평회원일 때는 나 몰라라 하는 행태는 "내가 최고가 아니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오만함과 이기주의의 다름 아니다.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법도 아닌 암묵적 순번제만을 앞세워 권리를 요구하는 모습을 과연 한국교회 성도들이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순번제는 회원 교단 간의 희생과 협력을 전제로 한 아름다운 약속이다. 의무를 버린 채 권리만 챙기려는 탐욕은 연합단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순번제의 본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이다. 지도자로서의 책임과 봉사는 외면한 채 자리 탐욕에만 급급한 교단의 모습에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씁쓸한 단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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