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호 목사(한국에흐예언약학회 회장)

성경은 어떤 책일까?
어떤 사람들은 성경을 종교적인 교훈이 담긴 책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성경을 역사 이야기로 이해하기도 한다. 창조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족장들의 역사, 이스라엘 민족의 여정, 예언자들의 외침,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까지 수많은 사건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을 조금 더 깊이 읽어 보면 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는 중심 주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언약이다.
언약은 단순한 약속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성경에서 언약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관계의 틀이며, 하나님이 인간을 향해 펼쳐 가시는 구원의 역사이다. 그래서 성경의 이야기는 흩어진 사건들의 모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과 관계를 맺어 가시는 언약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성경은 살아계신 하나님이 택한 사람을 통해 말씀하신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경륜은 창조부터 종말까지 쉬지 않고 운행되어진다.
구약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여러 차례 언약을 통해 인간에게 말씀하셨다. 노아와 언약을 맺으셨고,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셨으며,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셨다. 이러한언약들은 하나님이 인간을 향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사건들이었다. 하나님은 인간을 버리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 가시며 인간을 하나님께로 인도하셨다.
그러나 성경을 읽다 보면 한 가지 반복되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나님은 신실하게 언약을 이루어 가셨지만 인간은 그 언약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선택하시고 그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세우고자 하셨지만, 이스라엘은 반복해서 하나님을 떠났고 자기 길을 선택했다.
이 역사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인간은 하나님을 향해 살아가도록 창조되었지만 실제 삶에서는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가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성경은 인간의 문제를단순한 도덕적 실패로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이 하나님에게서 멀어졌다는 더 깊은 문제로 설명한다. 이 때문에 성경의 언약 이야기는 단순히 인간에게 주어지는 외적 규범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님은 인간의 실패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준비하셨다.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길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이루시는 구원의 길이었다.
이 점에서 성경의 언약은 인간이 하나님께 드리는 약속이라기보다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이루어 가시는 구원의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인간의 연약함을 아셨고 인간이 스스로 하나님께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도 아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길을 준비하셨다. 그 길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다.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새로운 언약의 중심으로 등장한다. 예수님은 마지막 만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라.” (누가복음 22:20)
이 말씀은 성경의 모든 언약 이야기가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성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언약이다. 성경의 이야기들은 서로 흩어진 사건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준비하신 언약의 역사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창세기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약속은 긴 역사 속에서 이어지다가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성경은 단순한 종교 책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을 향해 펼쳐 가신 구원의 이야기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셨고 인간이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길을 열어 주셨다. 그 길을 성경은 언약이라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이 질문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왜 인간과 언약을 맺으셨는가.
이 질문을 따라 성경을 읽기 시작할 때 우리는 성경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향해 준비하신 구원의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성경이 언약의 책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경은 하나님이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이며, 하나님이 인간을 다시 하나님께 로 부르시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언약의 이야기는 오늘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본 칼럼은 『성경의 대서사: 할례, 피, 언약으로 읽는 구속의 메시지』를 저술한 박용호 회장의 기고문으로 창세기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언약이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구속의 메시지를 전하는지 깊이 있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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