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호 목사(한국에흐예언약학회 회장)

성경을 읽다 보면 하나님이 인간과 관계를 맺으실 때 어떤 약속의 표를 주신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노아에게는 무지개가 있었고, 아브라함에게는 할례가 있었다. 이 표들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언약을 기억하게 하는 표시였다.
그러나 성경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뜻이 단순한 외적인 표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속 말하기 시작한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몸의 할례보다 마음의 변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구약의 말씀 속에는 반복해서 이런 표현이 나타난다. “너희는 마음에 할례를 행하라(신 10:16).” 이 말씀은 단순한 종교적 규례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뜻을 보여 준다. 하나님은 사람의 겉모습보다 마음을 보신다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하나의 중심이 있다. 그 중심은 대개 자기 자신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판단을 따르고 자신의 뜻을 세우며 살아가려 한다. 이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한계이기도 하다.
성경은 인간의 죄를 단순히 도덕적인 실수로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의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하나님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왕이 되려는 마음, 바로 그 마음이 인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담의 이야기는 그 모습을 잘 보여 준다. 하나님이 주신 말씀보다 자신의 판단을 따랐을 때 인간의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후 인류의 역사 속에서도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 사람은 하나님보다 자신의 생각을 더 믿고, 하나님의 다스림보다 자신의 뜻을 더 따르려 한다.
그래서 성경의 역사는 인간이 스스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하나님은 선지자들을 통해 말씀하시고 기적을 통해 자신의 뜻을 보여 주셨지만,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성경은 새 언약이라는 새로운 약속을 말한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하나님이 앞으로 이루실 언약을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님이 자신의 법을 사람의 마음속에 기록하시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규칙을 주시겠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서 새로운 일이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십자가는 단순히 대속의 피와 죽음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인간을 향해 보여 주신 사랑의 사건이며, 동시에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자리이다.
그래서 새 언약은 단순한 종교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새롭게 시작되는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성경이 말하는 중요한 진리가 나타난다.
새 언약은 단순히 마음의 변화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할례로 이루어지는 마음의 할례이다. 하나님은 십자가에서 자신의 피로 사람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언약을 세우셨다.
이 말씀은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님은 단지 새로운 규칙을 주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새롭게 하시는 길을 여셨다는 뜻이다.
십자가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될 때 사람의 마음에는 변화가 시작된다. 자기 중심으로 살아가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해 돌아서기 시작한다. 자신의 뜻을 따르던 삶에서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이 생긴다.
성경은 이러한 변화를 마음의 할례라고 말한다.
이 할례는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하나님이 보여 주신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 앞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시작되는 변화이다.
그래서 마음의 할례는 단순한 감정의 변화나 종교적 열심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중심이 바뀌는 사건이다. 하나님이 자기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은혜가 우리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자신의 왕이 되려던 마음이 내려놓아지고, 하나님을 향해 살아가려는 새로운 방향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변화는 한순간의 결심으로 깨달아 생겨나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성경은 이 새로운 삶이 성령의 역사를 통해 계속 이어진다고 말한다.
성령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하나님의 임재이다. 성령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기도를 일으키고, 하나님을 향한 삶을 계속 이어가도록 인도하신다.
그래서 새 언약의 삶은 단순한 종교 활동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된다. 사람은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속에서 점점 새로운 마음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보면 성경의 이야기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세기에서 시작된 약속은 십자가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고, 새 언약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성경이 말하는 구원은 단순한 종교적 선언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새롭게 시작되는 사건이다. 그것은 바로 믿는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난다. 신앙인은 십자가에서 마음의 할례를 받아야 바른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안으로 들어가 자기를 부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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