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호 목사(한국에흐예언약학회 회장)

성경은 신앙을 단순한 종교 활동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교회에 다니는 것, 종교적인 의식을 행하는 것, 도덕적으로 살아가는 것만으로 신앙을 설명하지 않는다. 성경이 말하는 신앙은 훨씬 더 깊은 차원의 이야기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신앙의 길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신 적이 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
이 말씀은 짧지만 신앙의 본질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 준다. 많은 사람들은 신앙을 하나님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신앙의 시작을 자기 부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자기 부인이란 무엇일까. 자기 부인은 자신을 미워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뜻이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자기 부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기 중심의 삶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판단을 따르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수많은 갈등도 바로 이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성경은 인간의 죄를 단순한 도덕적 문제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성경이 보여 주는 인간의 가장 깊은 문제는 하나님 없이도 스스로 삶의 중심이 되려는 마음이다. 아담의 이야기가 바로 그 모습을 보여 준다.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보다 자신의 판단을 더 따랐고, 그 순간 삶의 방향은 하나님 중심에서 자기 중심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이후의 역사 속에서도 같은 모습은 반복된다. 사람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더 따르기 쉽다. 하나님을 섬긴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더 중요하게 붙들 때가 많다. 그래서 예수님은 신앙의 길을 설명하시며 가장 먼저 자기 부인을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깨닫게 될 때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 주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사람은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 앞에서 비로소 자신의 삶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이었는지를 보게 된다.
그래서 자기 부인은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결심이 아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을 때 시작되는 마음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자기 중심으로 붙들고 살아가기 어려워진다. 하나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삶이 바로 자기 십자가의 삶이다. 예수님은 자기 부인과 함께 자기 십자가를 말씀하셨다. 십자가는 단순히 고난을 의미하는 상징이 아니다. 십자가는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는 삶을 의미한다. 자신의 뜻보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는 삶이다.
그래서 십자가의 삶은 세상의 가치와 전혀 다른 방향을 보여 준다. 세상은 더 높아지려 하고, 더 많이 가지려 하며, 자신의 힘을 확장하려 한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십자가의 길은 하나님을 신뢰하며 하나님을 따라 살아가는 길이다.
이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성경은 이 길이 하나님 나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신앙은 단순히 종교적인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삶의 방향이 바뀌는 사건이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을 삶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삶은 인간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경은 이 길이 성령의 역사 속에서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성령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삶을 일으키시고, 하나님을 따르는 길을 계속 걸어가도록 도우신다.
그래서 새 언약의 삶은 단순한 결심으로 시작되는 삶이 아니다.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는 삶이다. 성경이 말하는 신앙의 길은 바로 이 길이다.
자기를 높이는 길이 아니라 자기를 내려놓는 길이며, 자기 중심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길이다. 예수님은 바로 그 길을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길이라고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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